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율리와 타쿠의 89일 그림일기
배율.진유탁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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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면 모두 어느 사이엔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항상 같은 장소만 맴돌고 있고, 같은 풍경 아래에서만 머무르고 있으며, 자신들과 같은 길만 바라보며 그 길로만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일상의 감각들도 무뎌져 가고만 있다. 이런 삶 속에서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그 모든 언어, 음식, 예술의 문화가 어우러진 분위기 속으로 녹아들어 일상의 무뎌진 감각들을 새로이 깨울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것. 그것이 여행이다.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이라는 이 책은 그런 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들인 율리와 타쿠가 디자이너로 일을 했던 회사에서 퇴사하기로 결심하고 거의 즉흥적인 결정에 의해 가게 된 3달간의 치앙마이의 여정 이야기를 여행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빠짐없이, 둘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여행 에세이이다. 여행의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 그로부터 깊이 파고들며 생각하고 들었던 의문들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은은하게 눈길을 끄는 몇가지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책의 분위기와 잘 녹아드는 따뜻한 그림체의 만화가 있다. 저자 분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뉼툰'이라는 만화를 연재하시는 분들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만화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뉼툰'이라는 만화에도 흥미가 생기게 되었으며, 이와 같은 잔잔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 같다. 책 속에서도 역시 '뉼튠'에서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함께 등장한다. 흑백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한 그림체가 미소를 짓게 만들며 내용의 감정과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한컷 한컷의 표현들이 재미있고 몰입을 돕는다. 인물들의 표정만으로도 그들이 느꼈던 행복, 좌절, 놀람, 기쁨, 애틋함의 감정들이 그 순간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다음으로는 여행지인 치앙마이의 매력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여행지의 목록에 치앙마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 그 많은 여행지 중에 주인공들은 치앙마이를 선택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읽다보니 치앙마이였어야 하는 이유를 점차 알아갈 수 있게 된다. 치앙마이의 모습들을 그대로 율리와 타쿠의 이야기에 녹아들게 묘사하고 있어 치앙마이가 가진 매력들을 가르쳐준다. 사소한 일상 속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도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사진 또한 눈길을 오래 붙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적인 문장들이 있다. 치앙마이를 여행을 하는 도중에 겪었던 어려움들과 치앙마이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삶의 적절한 균형의 필요성을 아름다운 비유와 공감이 가는 말들로 풀어내고 있다. 제목부터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표현하여 천천히 걸어야지만 치앙마이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책 속 구석구석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율리와 타쿠의 감정과 생각이 그것들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는 그들만의 새로운 표현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퇴사 후에 오랜 고민없이 직감에 의존하여 가게 된 여행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도 그 생각의 방법들을 같이 공유해주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귀여운 만화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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