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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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름돌로 우리는 익어가나요 아니면 숨이 죽어가나요. 맛있어지는 건 누굴 위한 일일까
이혼 세일을 통해 모든 것을 땡처리하고 떠나고 싶은 이재의 마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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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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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고, 홀쭉하고, 안경을 쓴 도발레 G 는 어느 바의 스탠드 업 코미디 공연을 하는 늙은 유대인이다. 바싹 마른 몸에 작달막한 키의 도발레는 은퇴한 판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달라고 청한다.

그다지 내키지도 않고 재미도 없지만 꼭 와달라는 그의 말에 그는 공연을 보게 된다. 조롱과 희화가 넘치는 공연은 점점 도발레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씩 폭로되며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실과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하나 둘 나오면서 손님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데...



이 책은 왜 이토록 표지가 밝고, 제목은 또 무슨 이유인가.

현재 진행형인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점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롭다. 더욱이 책은 공연의 시작과 끝을 한 과정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 공연을 실제로 보고 있는 이의 생각과 더불어 마치 자리 하나를 차지한 느낌을 주게 하는 묘사가 특이하다.

그래서, 실제 공연이 그러하듯, 우리는 공연이 지루하면 지루함을 참아야 하고, 외설적인 농담과 사람들의 반응 등을 함께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우리는 모두 관객이다.

전쟁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는 관객이다. 책 내용 전반적으로 문장이 확 와닿거나 하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 내가 아시아권에 사는 한국인이라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 삶의 바쁨으로 유대인들의 삶까지 살필 여력은 없다.

다만 이렇게 누군가 어두운 무대 위에서 절절하게 자신의 과거를 뱉어내면, 그것도 농담 섞인 말로 흥미를 먼저 끌어대면, 마치 책의 표지가 예쁘고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채듯이, 그때가서야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대인과 관련된 역사 정치 경제 등을 유머로 사용하기에 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으면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도 난감해지는 블랙코미디 앞에서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 소설은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하고 중반쯤 가면 그때야 아, 하고 감탄하게 된다.

시나이 전쟁과 같은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그런 고통의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삶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갉아먹는 작은 쥐처럼 고통 속에 빠져있는 도발레는 오랜만에 전화해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는 아비샤이에게 믿기지 않는 투로 말한다. 

"넌 나를 지워버렸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상의 고통을 지우고 살아가는가. 한 편의 쇼와 같은 타인의 고통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모든 게 농담일 뿐 다른 게 아니다." "병이든 죽음이든 전쟁이든, 모두가 만만한 대상"으로 잠깐의 흥미와 재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바의 문을 열고 빠져나가면 아, 그랬구나 하는 정도의 이야기들처럼 타인의 고통은 개그나 패러디 희화화 되는 재미없는 스탠드 업 코미디 같은 스크린 속 이야기 일 뿐이다.

우리는 유대인도 아니며, 전쟁을 직접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줘.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줘.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는 일이다. 
그러니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 일은 "정말 작은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나를 봐주면, 정말로 봐주면, 그런 다음에 말해주면 좋겠어."
"뭘 말해줘?"
"네가 본 걸."

아마 이 말은 작가가 글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이런 사건에 대해 정말로 진심으로 한 번쯤은 봐달라고. 그리고 그 일에 대해 함구하지 말고 이야기 해달라고. 

"그냥 살아있자"라는 사실 하나로 57년을 버텨낸 그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의 공연이 끝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가고 비난을 하며 하나 둘 떠나간다. 거꾸로 서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던 아이,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가정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아이, 그곳에 태어난 죄로 엄마를 잃어야만 했던 한 아이의 진심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전달된다.

"잠깐, 너무 서둘지 마. 앉아. 일 초만 더 관객 노릇을 해줘."


이야기가 끝나고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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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괴물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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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기억에 관해 생각이 많아지게 했던 책.

http://naver.me/GAgkv6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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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괴물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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