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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 ㅣ 단비어린이 문학
이정록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아버지에게'라는 시로 시작되는 이정록 시인의 동화책 <아들과 아버지>. 아버지가 아들이었을 때 이야기들이 작품에 은하수처럼 흐른다.
이 책에는 주인공 찬세가 단짝 친구인 놀새, 가족, 짐승들과의 여러 사건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잘 그려져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제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친구와 코피나게 싸우다가 다시 사이좋게 놀고 둘이 작당하여 진흙 함정을 만들었다가 어른들한테 혼나고 했던 기억들이 다시 살아난다. 친구와 지나가는 차에 흙을 던지다가 파출소까지 끌려갔던 일이 어린 시절 가장 큰 업적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작가가 곳곳에 심어놓은 페이소스 때문이다. 찬세와 놀새의 다툼이 이야기 전반을 끌어가지만, 작가는 사이사이에 흥미와 감동과 교훈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을 배치하였다. 가령, 생쥐를 살려주는 장면, 콩 누룽지를 놀새와 나눠먹는 장면, 벌 받을 때 친구들이 다 도망가도 혼자만 끝까지 남아있는 모습 등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 우정, 원칙 등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작가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이성에 일찍 눈떴을 것 같다. 아이들 심리를 꿰고 있다.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고모와 담임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를 선사한다. 아마 몇몇 아이들은 가슴 쿵쾅거리며 그 대목만 파고 있으리라.
책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시로 마무리된다. 장성한 아들이, 여러 세상을 경험한 아들이 그 아들에게 남기는 잠언이다. 눈물이 핑 돈다. '너는 끝끝내 울보가 돼라'라는 마지막 구절이 떠나질 않는다.
이정록 시인의 작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휘저어 놓는다. 아이들은 '바르게 커야겠다.'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을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는 결단을 내리게 할 것이다. 유쾌하게 세상을 바꿔나갈 <아들과 아버지>. 추석 명절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소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