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할게요 (러브레터 에디션)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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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옛일이 되긴 했지만

살면서 가장 많이 손편지를 쓰는 때는

군대 갔을 때와 연애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매일 같은 하루지만

매일이 소중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일수록

마음을 담아 꼬옥꼬옥 눌러쓴 편지를 쓴다.

 

편지할게요의 받는 사람은

바람 불면 춥다던 그 애였다가

얘기를 나누던 친구였다가

그립고 보고 싶은 부모님이기도 하다.

 

그러나 돋보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역시 헤어진 여자친구들이다.

정동진의 첫날밤을 보낸 풋풋했던 만남에서

키스가 인공호흡처럼 느껴졌던 그 사람 이후

단지 온기가 그리워 함께한 만남까지

헤어짐의 몸살을 앓으며 적어내려 간 글들.

 

전하고자 하는 대상은 있으나

부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편지로 일기를 쓴 느낌이다.

별거 아닌 일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이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

w.191 나는 지금에서야 조금 살만한데 이미 예전부터 살만했었을 당신을 생각하니까 또 내 마음은 저 밑바닥까지 추락해요.

 

131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듯, 나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잘살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상한 곳은 없는지, 정말 괜찮은 것인지.

 

275 네 말이 맞아. 사실 모든 것은 지나가면 별거 아니야. 근데 있잖아, 나는 그 지나 보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앓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나가면 별거 아니라는 말은 아무짝에 위로도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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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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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군기자였던 헨리는 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 함께 있던 여인과

살아있는 생명의 온기를 찾듯 하룻밤을 보낸다.

사랑하지 않는 여성과의 하룻밤에 생긴 아이.

가족이 생기면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고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아이엄마는 그에게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도대체 아이엄마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세월은 흘러 아이 쪽에서 아빠에게 연락을 해온다.

처음으로 아이를 만나러가던 헨리는

배에서 강에 떨어진 아이를 발견하고 구해내지만

이내 달려오던 차에 치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샘이 처음 만난 아빠의 얼굴은 익숙했다.

아빠가 실린 잡지와 신문 등에서 만나왔기 때문이다.

직접 만난 아빠는 의식 없이 누워있었지만

공감각자인 샘은 그가 곁에 있음을 느낀다.

엄마는 샘에게 그의 얘기를 전혀 해주지 않는다.

엄마가 결혼한 남자와 그 사이의 동생이 있지만

샘은 스스로를 그들의 방해물이라 여기며

그들과 한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의 영웅적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찾아 준

엉뚱한 영재친구 한 명만이 있을 뿐이다.

샘은 자신을 보러 오다 아빠가 사고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부정당하고 상처받은 에디.

남자는 떠났고 여자는 붙잡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난 에디에게 별안간 헨리로부터의 호출이 날아든다.

사전의료지시서에 에디의 이름을 적어 넣은 헨리.

위태로운 상황의 헨리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 에디는

헤어진 이후에 작성된 서류의 자신의 이름을 보며

옛 남자친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난감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매일 그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다.

 

헨리는 같이 가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거절하고

죽어가는 자들의 바다에 남기로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지만 차마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며 그녀에게 쓸데없는 거짓을 말해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안식처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헨리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 인생의 구간을 떠돌기 시작한다.

그의 시작점은 전장에서의 하룻밤 날이었다.

같은 상황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묘사,

다른 선택, 같은 선택이지만 다른 전개와 같이

다양한 경로의 인생을 살게 되는 헨리.

무한반복되는 궤도에서 살았던 삶에 등장하는 놀라운 이름이

죽음의 바다를 떠돌던 헨리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들의 사랑과 삶을 선택한 아빠 헨리.

 

헨리가 떠나는 무한루프 저 세상모험보다

아무리 공감각자지만 샘이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 쪽이 이해가 안간다.

하지만 원 없이 꿈 속의 삶을 살아보고

스스로의 결정으로 떠나기도 하고 돌아온다는 상상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까싶다.

 

 

 

w.129:21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뭔가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떤 문장을 통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은 변했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책이 우리의 현실에 금을 가게 했다는 사실과 그 금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답답함과 의기소침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아채기도 한다.

 

w.338:20 아마 그것은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래, 틀림없이 지옥일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살아야 하는 것. 수십 번 모습을 바꿔가며 번번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번번이 같은 잘못, 늘 새로운 잘못, 출발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는 것. 이렇게 새로이 반복하는 삶, 어디에서도 또다시 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w.400:10 “헨리 스키너 씨, 저는 당신의 청각 의식이 반응하는지 살피려고 마치 치근대는 콜센터 직원처럼 당신 이름을 자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유일하게 유며를 장착한 닥터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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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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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셀프헬프 유튜버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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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유튜브란

라디오대용 취침용 청취씨디로 밖에 사용을 안해서

동영상보단 음성앱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티브이에 나만 모르는 유명인이 등장했다하면

나중에 뭐하는 사람인가 알고 보면 전부 유튜버ㅎㅎㅎ

이제 유튜버를 티브이에서 만나는 시기를 지내고

책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냐는 오해를 살 만큼

듣는 이로 하여금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오마르의 삶이라는 유튜브 방송인.

사람은 큰 문제에는 대범해지지만

오히려 작은 문제에 더욱 고민하는 법이다.

말하자니 치사빤스 같고

가만있자니 가마니 같아 찝찝한 사소한 문제들.

이러다 한번 대폭발이 일어나 자멸할 것인가

삯이고 삯이다 속이 문드러질 것인가.

다들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살다보면 수 없이 봉착하게 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그의 뼈 때리는 솔루션을 만나보자.

-

 

문제와 해결은 짧고 굵게.

그런데도 요점은 확실하고

이미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도

대부분 맞는 말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의 겪어보지 못한 나이에

이 책을 만났어야 했는데 아쉽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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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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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엔 말티즈로 보였다가

큰 덩치에 비숑인가 싶은 외모의 이번 주인공.

그러나 그 출생의 비밀을 찾아 3대에 걸친 족보추적 결과

위 견종과는 전혀 관계없는 혈통으로 추정되나

대대로 뿌리 깊은 믹스견임이 증명된 두부였다.

그렇게 보니 시추에게 푸들의 곱슬끼를 더한 것 같기도 하고ㅎㅎㅎ

 

이 책은 미국 유기견 출신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수제간식회사의 대표로 군림하며

여러 인간 직원을 거느린

두부의 견생역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주인은 두부가 눈을 크게 다치자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고 내다버린다.

한쪽 눈을 잃고 유기견 보호소에 있던 두부에게

미국 유학중이던 지금의 엄마가 나타나

사랑으로 애지중지 보듬어 상처를 치유해준다.

알레르기 때문에 기성제품을 못 먹는 두부를 위해

수제간식만들기에 매진한 엄마는 이후 간식회사를 차리게 된다.

그러나 홍보매체에 두부가 등장하며

점점 회사의 SNS지분을 늘려가더니 대표직에 오르며

엄마는 두부대신 일처리를 해주는 바지사장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어가는 부담감과

직원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

엄마이자 주인인 바지사장에 대한 불만 등이

두부 1인칭 개시점으로 적나라하게 쓰여 있다.

그 외 간혹 엄마편과 직원편이 등장해

궂은 날씨에도 개상전을 모시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엄마 전공이 신문방송이라더니

예능피디했으면 자막으로 떴을 듯한 글발이시다ㅋㅋㅋ

 

두부가 대표로 있는 바잇 미’BITE ME

사지 마세요, 입양 하세요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과 함께

‘Buy 2 Give 1’라고

간식 2개를 구매하면 1개를 적립해서

한 달에 한번 경기도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에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착한 먹거리의 착한 기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인세도 전액 기부된다고 하니

참으로 일관성 있게 멋지다.

 

유기동물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이 사후약방문이라고 한다면

사람새끼든 동물새끼든 애초에 버리지 맙시다.

죽을 때까지 책임 못 질 거 같으면

시작을 안 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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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이묵돌 지음 / 부크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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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언젠가 끝나게 될 사랑에 온전한 나를 바치기로 했다

 

 

평소 피바람 부는 범죄소설만 주구장창 읽는 내가

어떤 연이 닿아 이 책을 알게 되고

무슨 바람이 불어 청춘에세이를,

그것도 넘의 사랑이야기를 읽게 되었는가...

 

낯선 이름 이묵돌.

왠지 무협판타지를 쓸 것 같은 필명의 저자는

이전 필명으로 딸려오는 책들이 꽤나 있는

나만 모르고 있던 유명한 페북리뷰어였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나는 페북을 안하니까ㅎㅎㅎ

이른 나이에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회사운영도 하며

멋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성공한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회사가 망하고 빚더미에 앉아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 제주여행 하루만에

자전거사고로 어깨뼈가 부러지는 사고까지...

이때 쯤 전여친하고도 헤어진 듯;;;

이후 심기일전 죽기에 도전했지만 지인의 방해로 실패.

다시 살아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은 그 때

여자친구 연이를 만난다.

 

봄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나는 이야기는

시간 순에 구애받지 않고

연이를 만났을 때와 연이를 만나기 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섞어놓았다.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우리 이렇게 위대한 사랑을 한다,라는 오글거림보단

별 이유 없이 자주 싸운 얘기들이 많은 점이

이 책의 귀여운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애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성숙한 어른도 아닌

이 젊은이들은 한집에 살면서 투닥투닥 잘도 싸운다.

그리고 잘도 화해한다.

싸우고 매번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둘 다 인격이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특히 남자가 조금 소극적일 때

연이의 대인배 클래스가 눈에 띄는

에피소드가 간간히 나오는데

이런 여자가 있나 싶게 멋있다.

이러니 남친이 자랑을 안하고 베기나ㅋㅋㅋ

 

숨기고 싶은 이야기, 숨길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 마주앉아 눈을 맞대고 풀어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받아들인 두 사람.

앞으로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랑이 맞다.

두 사람 더 많이 싸우고 화해해서

더 많이 행복해지길...

 

 

 

w.88:1 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애를 써야만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 가끔은 너무 사랑하는 너라도 보기 싫을 때가 있고, 그래서 때론 서로 그리워할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것 말이다.

 

w.217:4 결국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어떤 사랑을 향해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그 사이의 과정을 삶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사람과 사랑, 딱 그 중간쯤 되는 발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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