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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의 전략 -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투자법 24
장진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8월
평점 :
저자의 현장 경험치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투자 전략서이다.
경제서적을 읽다보면 현장 경험이 부족하거나 혹은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경제 흐름을 잡아내는 나름대로의 관점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한 채로 책을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순한 정보나열식의 '짜깁기'를 한 것인지 읽다보면 정제되지 않은 정보로 오히려 혼란만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저서 "큰손의 전략"은 정제된 언어로 특히 그 동안 관심이 많았던 "큰손"의 관점을 엿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결과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판단에 대한 심리적인 근거를 함께 설명하니 이해하기가 쉬었다. 이를테면
'투자기술과 판단력은 생존본능을 넘어서야 나타난다. 한 번 공포감을 제어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면 인간의 심리는 달라진다. (중략) 두 번째는 훨씬 극복하기 쉬워진다. 경험으로 많은 것을 깨닫고 나면 공포감은 점차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생존 DNA에 대해서 얘기한다.
기본적분석, 기술적분석보다 때로는 사람들이 과매수 상황에 있는지 과매도 상황에 있는지 심리를 꿰뚫어보려는 노력이 투자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이론으로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서 그런지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경제 관념이 다시 쉽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환율 동향이 주식 투자의 수익을 결정한다고 봐도 좋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할 때가 그랬고 '돈 되는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투자 실행 전 회수전략(Exit) 마련은 필수다. 지금 회수 시기와 방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담보권 설정은 중요하다'라고 '빅피처'의 관점을 준 것이 그랬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의 유명한 말 "투자자산의 취득 시 이미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를 인용하면서 '투자는 돈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야. 돈보다 더 중요한 투자는 시간으로 하는 투자지. 가끔 시장이 아작 나면 매도자는 힘들어 해. 충격에 빠지지. 이런 때 나는 바빠. 이런 시기를 이용하는 거야. 사업의 비결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 뭐."라고 얘기하는 부분은 깊은 공감이 갔다.
나 또한 10년 전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코스피지수가 2,200pt 대에서 897pt 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전고점을 회복할 때까지 '공포'를 산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알게됐다. 당시 3년 간 적립식 투자를 하면서 30% 정도의 수익을 냈는데 같은 시기 거치식 투자를 한 사람은 마음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겨우 원금 회복이 됐었다. 이 때 자동이체를 걸어놓았으니 망정이지 매달 공포를 직접 사야하는 고통을 겪어야했다면 아마도 중간에 멈추었을 것이다.
투자의 성공에 대해서 저자가 '당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모르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관점도 와 닿았다. 투자 용어에 있어서 "RISK"를 흔히 '위험'이라고 해석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라고 해석한다. 그들에게 통제가능한 변동성은 위험이 아니라 투자대상인 것이다.
개인투자가가 돈을 잃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관투자가처럼 주식 매입가 대비 30% 이상 하락 혹은 코스피보다 20% 이상 부진할 경우 무조건 손절매 규정을 두는 것과 비교를 하면서 개인들은 소위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된다고 꼬집는다. 우량주는 시간이 흐르면 대개 원금을 회복한다. 하지만 돈을 잃는 개미들은 '시간'을 이용할 줄 모른다.
또한 와 닿는 내용으로 상장기업 간 M&A가 이루어질 때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하는지 가령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중소기업이 수혜를 입고 중소기업 핵심기술을 보유한 경우는 M&A 양 당사자 주가 동반 상승할 수가 있다는 내용
대형이벤트가 발생하면 시장은 과잉반응하기 때문에 이 때 수익의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혼합증권을 설명하면서 매수청구권(Call Option)과 매도청구권(put Option)을 언제 활용하는지에 대한 설명.
특히 리서치 보고서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며 '매수'의견이 '매수'의견이 아닌 이유를 우회적으로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에게 중요한 관점을 언급했다.
상장을 진행하는 회사가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지 혹은 구주매출을 통해 기존 주주의 투자자금 회수가 목적인지 여부를 파악하는 일을 통해서 상장의 본질적 가치를 살펴보라고 말하면서 상장의 여러가지 이유에 대한 치밀한 분석 과정을 설명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였다. 구체적으로 B2B나 B2C 서비스업 및 제조업에서 실질적 상장 이유를 감춘다는 예를 든 것 또한 좋았다.
또한 BGF리테일 공모가격을 둘러싼 수요예측을 설명하는 과정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M&A가 기지개를 펼 때나 프로젝트 금융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 동안 막연했던 개념들이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저자가 말한 '무자비한 정보는 투자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는 말 그대로 정제된 언어를 통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부분을 제대로 정리해주고 모르던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산뜻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