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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레시피 - 한여름의 프로방스, 사랑이 있어도 나는 늘 외로운 여행자였다
김순애 지음, 강미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우선 소설처럼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싶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살 때 젊은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몸은 동양인이지만 정신은 서구인으로 자란 그래서 운명적으로 자아정체성으로 흔들리는 젊은 영혼의 아픈 내면의 기록이다. 양부모에게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론 포근하고 따뜻한 사랑을 갈구하는-으로 혼란스럽던 10대에 공부를 핑계로 프랑스로 건너오고 대학졸업후 스웨덴 남자친구를 따라서 스웨덴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프랑스인 사업가와 조우하게되고 미리정해진 코스를 가듯이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프랑스의 프로방스에 정착한다.
5년여의 동거생활에서 그녀의 남자인 올리비에 보쏭이 주는 풍요로움은 그 한계가 없는듯 하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늘 폭발직전의 시한폭탄이 채깍채깍 돌고있다. 왜 안그러겠는가. 세살에 버려진 삶의 굴레는 천형처럼 악몽으로 양부모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올리비에는 딸이 있는 유부남으로 몇년을 질질끄는 이혼문제로 그녀의식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다행이랄까, 양모의 아버지인 외할아버지로부터 요리의 즐거움을 배우고 자란덕에 맛갈스런 요리로 주위사람들에게 인생의 또다른 기쁨인 식욕을 채워준다.
결국 그녀는 심한 정신적인 동요속에 남자를 떠나 파리에서 방황하며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다 미국행을 결심한다. 헤어지고 나서도 서로를 그리워 하며 전화통화를 하지만 이미 그들은 남남이다.
책의 원제가 보여주듯(빵부스러기의 흔적) 그녀는 존재의 본질을, 자신의 뿌리를 향한 흔적을 찾는 떠도는 자이다. 빵부스러기를 흘리며 왔는데 돌아가려니 새들이 모두 먹어 갈 수가 없다. 어찌하랴 지금 있는 곳에서 뿌리를 내릴수 밖에.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내면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글 솜씨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말없이 그녀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