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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나는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웃으면서도 속은 채워지지 않았다. 억지로 감정과 표정을 지어냈다. 어울리고 있지만 어울리지 못했다. 어울리고 싶어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혼자 사색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자신과 대화할 때는 속의 허전함이 채워졌다. 그에 대한 반발로 겉은 다시 허전해졌지만 나는 그래도 좋았다.
나중엔 우울증이 시작되어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시원찮아지고, 혼자 행동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져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켜갔다.어쩔 때는 하루 내내 사람과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에 와서도 부모님은 야근을 하며 형은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대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환경도 나를 고독하게 만들어갔고 내 우울증은 점점 심화되어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반 년 동안 하루에 수십 번은 울고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후로 고독은 나를 괴롭힐 수 없게 되었다. 의미 없는 것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학문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란 무엇일까. 난 이 뜻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더라도 수만 가지의 길 중 하나의 길을 이해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만약 내가 고독과 고통을 통해 이 길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면, 그 길은 나 스스로가 내 친구이자 연인, 여신 그리고 세상이 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