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윤동교 지음 / 레드우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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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책에 적혀있는 말에 따르면 전 국민의 70%가 이 증상을 겪고 있지만, 너무 만성화되어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날의 연속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저도 이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작가분이 제주도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적당한 익숙함과 적절한 낯섦이 공존하는 곳. 결론은 제주도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장소로 제주도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어요. 비용, 언어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달 동안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있다면 힘든 일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작가분의 남편은 쉽게 동의해 주었습니다. 거기에 아무 말 없이 입금된 100만 원까지! 내가 뭔가를 하는데 주변 사람의 지지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여행이 아닌 장기 투숙을 하므로 준비할 것도 많았습니다. 준비물 챙기기 부 터 자전거와 같은 큰 짐을 보내는 것까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공항에서 겪은 다사다난한 일까지 읽고 있으니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도에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고생, 숙박소에서 주인아주머니의 인심과 입담까지. 페이지마다 빠지지 않고 그려져 있는 친절한 일러스트와 함께 읽으니 책장도 술술 넘어가고 힘든 인간관계를 내려놓고 제주도의 평범한 일상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작가님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빈둥거리고 있다 보면 필연적으로 드는 생각. "이렇게 계속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은 작가님도 피할 수 없었나 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제주도까지 왔는데도 이런 생각이 들다니,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갑니다.


"예전과 변함없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무언가 달라졌다. 현실도, 환경도, 감정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그 모든 것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은 바로 나였다."



비록 여행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번아웃 증후군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일상을 대하는 변하지 않은 듯 변한 작가님의 자세에 저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의지가 샘솟는 것 같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가고 직접 제주도에 가본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리만족을 위한 에세이에 충실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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