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 노벨 경제학자들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생존 경제학
조원경 지음 / 페이지2(page2)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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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어리둥절했다. 어라. 이미 나와있던 책이 아니었나? 분명 몇 년 전 이 책을 삼프로TV였었나에서 추천받아 내 장바구니에 담아둔 아련한 기억이 있다. 물론 다른 책들을 읽다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찾아보니 원래 있던 책의 개정판이 나온 것이었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개정판에서는 22인의 노벨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가져왔다면,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이번엔 26인의 노벨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소환하였다.

 

작년엔가 재작년엔가 슈카월드에서 봤었던 주파수 경매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로버트윌슨의 이야기가 왠지 더 반갑다. 처음 책 소개를 들었을 때 꼭 읽어봐야지 다짐했던 책인데, 몇 년만에 겨우 그 다짐을 실천할 수 있게 되어 참 기쁘다.

 

 



책의 목차는 총 다섯 꼭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Soul of Life and Economy. 삶과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경제학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으로 Challenges Facing Us, 우리가 직면한 경기침체나 양극화와 같은 도전해야할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음으로는 Economy and Ethics, 경제와 윤리의 관점으로 낙관주의나 비관주의, 심리 등을 다루고 있다. 다음으로는 Nation Building, 국가만들기를 소개하고 있따. 과잉경제이론과 같은 국가개입에 대한 관점이나 이상적인 국가가 무엇일지, 무엇이 부국강병의 길을 이끌어갈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Technology and Innovation과 같은 기술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각각의 꼭지가 워낙 예리하고 중요한 부분들이라 눈길에 갔지만, 요즘 투자를 하다보니 기술과 혁신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복잡해져가는 세계 정세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국가만들기 꼭지가 좀 더 눈길이 갔다. 


이 책의 장점은, 경제책인데 도표나 그래프와 같은 수식이 별로 없고, 대화하듯 편안하고 유려하게 내용이 쓰여졌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 소개되었듯, 식탁 위로 경제학자들을 불러 밥 한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노벨 경제학자들의 시선을 쉽고 편안하게. 어쩌면 인문학적인 느낌으로 풀어내다보니 머리를 많이 쓰지 않아도 술술 읽힌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책의 첫장은 각각의 인물의 이미지컷과 함께 인물의 이력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소개된 제2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의 행복방정식에서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수명, 삶의 선택과 자유, 관용, 부패의식을 놓고 점수를 매겨 각 국가의 국민이 얼마나 행복함을 느낄지 비교하는 디스토피아 지수를 소개하는데, 재밌는 건 국민들이 지닌 선천적 낙천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등수가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경제학에서도 시장의 자유경제를 중시하는 사람들과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사람들로 크게 파가 나뉘는데, 그 중간에 서서 균형있게 시장을 바라보며, 경제학이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문제해결법이 있다는 열린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깊었다. 경제학을 만나면 숫자와 정답에 얽혀버리고 마는데, 그런 관점을 저렇게 일찍 깰 수 있었다니. 역시 대단한 학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값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소유는 한계가 있어 늘 불행함을 느낀다면, 결국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교하지 않는 삶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눈길이 간다. 비교하지 않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고, 압축고도성장보다 현실적인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점, 그를 통해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서 풍요로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여성 최초의 경제학자라서 눈길이 갔던 엘리너 오스트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예전에 제주도에 있는 어촌계나 해녀분들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약속한 어업규정이 있는데, 자꾸 관광객들(특히 낚시꾼들)이 와서 그 규정과 상관없이 낚시를 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갈등을 겪는다는 글을 읽으며 바다의 주인은 누구이고, 사실 주인이 없으니 공유지인 셈인데 그곳을 지키기 위한 암묵적, 실질적 규칙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고민하며 공유지의 비극을 한 번 더 느꼈었다. 그런데 그런 이슈가 현재 통신망 사용 이슈로도 연결될 수 있다니. 하나만 알고 둘은 참 몰랐던 느낌이다.

책에 소개된 예시들이 가볍고 어렵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데, 그만큼 저자의 경제학에 대한 식견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잘 알아도 쉽게 설명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걸 알지만 잘 알지 못하면 절대 쉽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의 전반을 가볍지만 쉽게 이해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대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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