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꽃 여행 가이드 - 이른 봄 매화부터 한겨울 동백까지 사계절 즐기는 꽃나들이 명소 60
황정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이 풀렸다. 집 주변에는 어느새 산수유와 목련이 활짝 폈다. 나들이 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오는 요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어지는 요즘, 요즘 날씨만큼 화사한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쁘다. 책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꽃이라는 커다란 글자와 함께 배경에 짙게 깔린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이다. 그 길 사이를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퍽 낭만적이다.

이 책의 즐거운 점 중 하나인데, 책을 쓰신 황정희님께서 여행잡지의 취재기자로 오래 일하시며 꽃을 집중적으로 찍으신 기간이 길기 때문에 책 가득히 눈호강할만한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또 2022년 2월까지 모은 내용을 바탕으로 4월에 책을 냈으니 가보고 없어서 당황하거나 바뀐 점들이 그다지 많을 것 같지 않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 모든 여행책이 다 그러진 않지만 아무래도 맛집 같이 특정 장소를 소개하는 것들 중 일부는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금씩 바뀔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핫하게 나온 신상이기에 그런 것들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아직은 없을 듯 하다. 또 저자가 이메일로 바뀐 정보를 수합하여 업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보니 어쩌면 이후의 개정판이 계속 나와도 그러한 부분들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든다.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은 계절별로 볼 수 있는 꽃과 , 그 꽃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고 싶은 계절마다 어떤 꽃이 피는지 보고 그 여행지를 다녀오기 편하게 짜임새가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앞부분에 그것과 별개로 꽃길여행, SNS인증용(?) 포토스팟이나 아이와 가기 좋은 여행지, 사찰꽃여행, 꽃트레칭, 바다 가까이의 꽃여행 등 테마별로 다시금 분류하여 내용을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내 상황에 맞춘 여행지를 선택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나도 아무래도 SNS를 하다보니 프사용 사진을 남길만한 포토스팟 여행지가 먼저 눈길이 갔는데, 소개해주고 있는 장소의 모습을 사진으로도 함께 소개하다보니, 가면 어떤 아름다운 이미지가 만들어질지가 떠올라서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람 선선한 가을에 홍천 은행나무 숲에 가서 아픈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은행나무 길을 거닐며 사랑 가득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책에 한눈에 볼 수 있는 여행지를 지도에 표시해놨다. 제주와 전라도, 강원도에 있는 여러 꽃여행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책을 펼쳐 가장 먼저 찾아본 곳은 책 표지에 있는 저 아름다운 곳이 어디인가였다. 꽃이 벚꽃인 것을 알기에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창원 진해에 있는 경화역인데, 일주일정도만 활짝 핀 봄길을 만끽할 수 있기에 멈춰선 새마을호 열차와 벚꽃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긴 줄을 서기도 해야한다고 하고, 난리 벚꽃장이라고 불릴만큼 사람이 몰려 대중교통편도, 주차도 여의치않아 당일치기로 쫓기듯 다녀오기보단 일박이일로 가길 추천한다는 직접 가본 사람만의 노하우를 읽으며 머리 속으로 여행지를 그리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건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기 떄문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한가진 풍경을 눈에 담거나, 야간 조명 속 빛나는 벚꽃길을 다녀오는 것도 퍽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와 함께 경화역 근처에 구경할만한 오일장인 경화시장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여행지 코스까지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미소짓게 된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꽃 중 하나가 배롱나무인데, 백일 넘게 꽃이 피는 모습을 따서 백일홍이라고 부르던 이름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배롱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귀엽기도 하지만, 별명이 많아 더 재밌기도 했다. 무덤가에 심으면 귀신나무, 관청의 뜰에 심으면 자미수, 날을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고 양반나무, 연갈색 나무에 흰색 무늬가 간간이 보이는 모습이 원숭이같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나무, 나무를 만지는 느낌이 좋다고 희롱나무라고까지 불린다니. 여행지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는 나무의 여러 뒷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꽃을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나로선 참 반가운 부분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나무는 나무 줄기를 긁으면 나무 끝까지 흔들려서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별명이 많을 줄이야! 나는 조선의 궁궐들 사이에 핀 배롱나무를 보며 배롱나무의 매력에 푹 빠졌었는데, 배롱나무가 숲을 이루는 곳이 담양에 있다니! 담양에 대나무만 있는 줄 알고 다녔었는데 귀한 볼거리를 몰랐었구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이제서야 든다. 배롱꽃잎으로 가득한 연못의 풍경을 보며, 올 여름 휴가는 담양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차, 포토스팟, 먹을거리, 주변의 다른 볼거리들까지 꼼꼼히 챙겨주셨는데 살펴보니 나머지 장소들은 모두 내가 다녀왔던 곳이다! 모두모두 너무 좋아 한여름의 추억으로 남겨져있던 곳인데 책에서 추천을 해주니 더 반갑기도 하고 신뢰가 가기도 한다. 

책을 보며 새로이 관심이 간 꽃도 있는데 바로 동백이다. 제주에서 살 때에는 동백을 흔하게 보기도 했는데 막상 육지에 올라오니 볼 일이 많지가 않다.ㅠㅠ 그런데 탐스럽게 편 동백이 가득한 풍경을 보니 다시금 떠올라 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거제의 푸른 바다와 함께 빨갛게 핀 동백을 본다면 그것 또한 절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곧 이러한 자연 속 풍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돌아오는 늦겨울엔 한 번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책 말미에는 이름 모를 꽃이 무엇인지 찾는 방법, 꽃의 개화시기를 아는 방법, , 지역별로 볼만한 꽃 목록까지 정리가 되어 있어서 이래저래 활용하기가 참 좋다. 코로나도 조금씩 가라앉는 올해야말로 꽃구경 하기 가장 좋을 때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