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건물주 - 백만장자 라이프
김경만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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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인지, 건물주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뭔가 여유만만할 것 같고, 평온하고 그러면서도 윤택할 거 같다는 환상이 있다. 멋도 모를 때에는 건물주랑 결혼하고 싶다가 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을 그리워하는 마냥 미화된 돌림노래이기도 했다. 막상 의사랑 결혼을 해도 결혼 한 사람은 행복할 지언정, 늘 환자들과 오랜 시간 일을 해야하는 의사는 안 행복하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 건물주도 마냥 편안하고 쉬운 직업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내가 언젠가 이루고 싶다고 꿈꾸는 목표 중 하나이지만, 막상 건물주라는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주변에 그러한 인맥도 잘 없고,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자영업자 분들로부터 건너 듣는 건물주의 이미지 정도만 떠올리는 것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막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다보니 사실 뜬구름 잡듯 상상만 했는데, 이 책에선 건물주가 되어가는 과정부터 매각하는 과정까지 일련의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소개해줘서 참 좋았다.


이 책이 보통의 재테크 책들과 다른 점은, 보통의 책들은 과정이나 관련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거나 지역을 분석해주거나 방법을 소개하는 등 결국 이론이나 실전에 관한 기법들을 풀어내주는 글들이 많았다. 방법론을 쫓다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들이나 실제 상황, 경험 등 진행하는 사람은 사실 빠져있는 경우가 많거나, 다뤄도 그저 이러했다와 같이 하나의 현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소설책이나 일기를 읽는 것처럼 여러 상황들의 묘사가 인간미 넘치고 감정이 담겨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 상황마다의 기분이 절절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왜 필자가 건물주가 극한 직업이라고 논하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소설을 쓸 역량이나 창의력이 없다고 서문에 적으셨지만, 주변의 삶을 들어볼 때에도 느꼈던 현실이 영화보다 더하다는 이론이 이 글에서도 많이 느껴졌다. 왠만한 일들이 소설보다 더했고, 실제 일들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더 느껴졌다. 건물명들과 필명들이 외국 이름이 많이 나오다보니 더 가까운듯 먼듯 그렇게 읽는 입장에선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사람의 삶의 냄새가 나고, 그러면서도 건물주들이 겪는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이 담백하게 담겨있다.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하지만 잔잔한 그런 노래처럼, 편안하게 읽히지만 내용이 마음을 움직인다.


경매를 통해 건물주가 되고, 고시원이나 상가들을 운영해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시 그 건물을 매각할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내 생각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기에 읽는 동안 여러 고민의 지점들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경탄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엔 건물주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어볼 기회가 있어 참 감사한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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