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에겐 야무진 로망이 있었다. 언젠가 마추픽추처럼 발견하지 못한 엄청난 고대유적을 발견하고 말리라는 대모험시대같은 꿈이다. 어느새 기술이 발전하고 세계에는 점점 비밀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런 내게 지리적으로 멀고도 문화적으로 접점이 없던 남미는 늘 궁금함의 대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타코와 퀘사디아를 친숙하게 먹고, 우유니 사막이 내 버킷리스트에 오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가 남미 여행을 떠나며 내가 모르던 남미 이야기를 속삭이는 요즘은 예전처럼 신비로운 느낌보단 특유의 밝으면서도 어두운, 여러 면모들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 관념이 매우 두루뭉술해서 대체 저곳은 어디일까 궁금증만 더할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 소개에서 학술서와 대중서의 중간지점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소개한다고 해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으리라 하는 선언 같아서 나같이 그냥 누군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보를 얻고 싶은데 또 너무 딥하면 버거울만한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받고 나니 너무나 깜짝! 책 두께가 매우 얇은 것이었다.! 여러 나라를 다뤄야 해서 책이 엄청 두툼할 줄 알았는데 반전이었다!


어떻게 책을 구성했을지 기대하며 책을 열곤 또 한 번 놀랐다. 책의 디자인이 간결하면서도 매우 감각적이다! 심플 이스 더 베스트인가 싶을 정도로 눈을 사로잡으면서도 간결한 이미지 배치와 내용 정리에 부담감이 싹 내려갔다. 아, 정말 간결하게 여러 내용을 전달하며 라틴아메리카를 소개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부담은 가라앉고 기대가 막 올라오는 그런 기분이었다.

각각의 나라마다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이 많았다. 체 게바라가 의외로 아르헨에서 착실히 공부하던 의학도였다는 것, 여러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나 원래 간직하던 고유의 스타일은 유지하는 멕시코, 브라질의 삼바가 의외로 그 태생은 아프리카일 수도 있다는 것, 나라의 길이만큼 다양한 기후대를 보유한 나라인 칠레가 먹는 주식인 엠파나다라는 만두같은 음식에는 우리가 만두로 가벼이 생각하고 넘어가긴 너무나 많은 속재료 베리에이션이 존재한다는 점, 살사라는 소스만큼이나 정렬적인 살사 춤이 모두 콜롬비아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점, 아름다운 올드 하바나의 풍경까지. 인상적인 사진과 각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전달이 적절하게 버무러져있다.

왜 그들이 그렇게 밝을까 그러면서도 뭔가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느낌이 들까. 그들의 역사나 현재의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멋진 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던 두루뭉술한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보다 구체적으로 변한 것 같다. 무엇보다 가벼운 책의 두께 안에 필요한 내용을 직관적이면서도 인용을 하듯이 소개하기도 하며, 또 그와 관련된 멋진 사진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거운 라틴 아메리카 책이었다. 국내에서만 있어야 해서 답답한 내게 기분 환기를 시켜주는 그런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