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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영의 청소년 건축 특강 - 건축으로 살펴본 일제 강점기 ㅣ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7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0월
평점 :
가을을 즐기러 경복궁에 다녀왔다. 가을을 한껏 품은 자연 속 고궁의 아름다운 풍경을 목도해서 마음 한구석이 촉촉해져오는 하루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궁에 갈 때마다 무언가 바뀌어있다. 새로운 곳이 오픈되기도 하고, 새로 공사하는 곳들도 눈에 띈다.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복원을 위해서다.
옛 모습 보존을 위해 매번 보존하는 그 손길이 고맙기도 앞으로 복원될 원형의 경복궁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사이 파괴된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조선총독부가 떡하니 경복궁을 가리던 그 모습은 내가 어렸을 적에 원상복구를 위해 폭파되었고, 구 시청도 도서관으로 용도가 바뀌어있다고 한다. 조금씩 옛 모습을 지워가고 우리의 색채를 찾는 이 모습은 너무나 반갑지만 대체 어땠길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이다. 가끔 시내 나들이를 갈 때 보이는 근현대스러운 건물들을 볼 때 왜 저 건물이 저기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때의 모습은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내용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근현대 시절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고자 일본이 지었던 건물들을 여러가지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참 재미있었다. 아 이렇게까지 했구나, 또는 아 이 건물도 그런 의도로 지은 거였어?하는 새로운 관점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와 관련된 사진들이 많아서 역사의 한 장면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매번 가던 신세계 명동점이 미츠비시 백화점이었다는 것과 (그런줄도 모르고 고풍스럽다고 신기해했었는데..) 다시금 조선을 세워보겠다고 고종이 열심히 만들었던 대한제국의 많은 건물들의 훼손 과정이 이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던 것들이다. 순종의 심신 위로의 차원이라며 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린 창경궁 이야기는 가슴이 아팠는데, 그래도 그게 말이 되나? 싶던 것이 유럽에선 당시의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해외의 신기한 동물을 잡아다 전시하는 동물원이나 식물원을 만드는게 유행이었다는 것도 미처 모르던 관점이라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 핑계로 궁의 원 모습이 파괴된 것이 참 가슴아프기도 한데, 뭔가 당시의 시대상을 모르는 채로 악감정만 갖던 것보단,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한 채로 속상해할 수 있다는(?) 점도 난 참 새로웠다. 머리 속에 박제되어 있던 죽은 역사적 사실이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달까.
역사를 이해하려면 여러 측면을 살펴봐야하는데, 인물로 보는 역사도 있을 것이고 기록을 바라보는 역사도 있겠지만 내가 늘 지나다니던 장소에 남아있는, 혹은 이젠 잔재를 정리한 건물에 대한 역사를 통해 근현대사를 바라본다는 관점이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러한 책 시리즈를 쉽게 풀어쓴 서윤영작가님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요 몇 년간 건축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교양 프로그램이나 특집들을 재미있게 보던 터라 이번 책을 특히 저 즐겁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