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 수업 천천히 깊게 읽기 - 교과서 대신에 책 한 권을 학생들과 천천히, 그리고 깊게 나누기
유새영 지음 / 지식프레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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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 수업에서 시 속 구절의 의미나 심상, 화자의 관점 등을 파악하여 오지선다에서 답을 찾아나간다. 그것만이 답이라는 양. 그 때 만난 기사 하나. 그 시를 쓴 시인이 고등학교 학생의 할아버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였는데 자신은 그런 의로 쓴 게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정답은 변하지 않았다나 뭐라나.


문학은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 나같은 경우 실용서를 선호하고 문학은 정말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나 깨작거리는 문학맹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은 책이 무엇이냐가 묻는다면 내가 읽었던 문학 작품들 중에 인상깊었던 책들을 꼽게 된다. 어쩌면 배움은 실용서에 있을지언정, 내게 더 큰 울림과 영감을 주는 건 문학 작품들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교육에서도 아이들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기르고 싶어한다. 국어과 교육과정의 영역에는 문학이 있고, 문학 시간 내내 인물, 사건, 배경에 따라 줄거리릉 요약하거나,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복선을 찾아본다던가, 기승전결과 같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거나,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거나, 이야기에서 직접 다뤄지지 않은 부분을 상상하게끔 하거나, 감동을 주는 명문의 구조를 해체해보거나.. 정말 많은 방면으로 문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12년간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갖고 우리는 100분 동안 이젠 정확히 기억도 안나는 50문제 가까이의 수능 문제를 풀어내기 위하여 문맥상 어디에 답이 숨어있을지, 어떤 순서로 문제를 푸는 것이 효과적인지, 정확하고 빠르게 문제를 푸는 노하우를 뽐내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정말 쓰고 나니 참 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나로서도 이러한 흐름은 구조화되어 있어 벗어나기가 참 쉽지가 않다. 읽혀보고 싶은 책의 일부를 발췌하여 오고 (아마도 저작권 때문이겠지만..) 그 부분에서 볼 수 있는 문학 작품 이해의 노하우를 문제로 계속해서 푸는 연습을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부터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다. 물론 독서교육도 강조된다. 책을 읽고 기록하고 짧게라도 느낀점을 쓰면 독서왕 같은 멋진 이름의 상을 받게끔 하여, 책 읽기가 숙제가 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말 슬픈 일이다.


현장에서도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독서교육은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관심을 갖는 분야이자,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많은 부분에서는 독서에 목적성을 띄게 된다. 발표 잘 하게 하는 그림책, 학급운영에 도움이 되는 그림책,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여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 그리고 독후활동. 물론 의미있고 효과도 있고, 나 역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공부고 과제이고, 해내야하는 것이고, 결국은 책이 싫어지는 계기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이야기와 연결되면서, 많지 않은데도 폐부를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발문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온책 읽기 수업에서 늘 고민하는 부분,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주면서 결국 스스로 책을 잡도록 유도하는 것. 그런 고민을 잘 녹여낸 책이 이 책이 아닌가 한다. 과하지 않게, 즐겁게, 하지만 깊이있게, 그러면서 독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교사가 굳이 더 첨언하지 않아도 무언가 마음의 울림이 생기는 것. 그런 책 수업을 먼저 실천한 선생님의 발자취를 책을 통해 좇아 볼 수 있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었다.


나 또한 교실에서 온책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아쉽지만 저학년을 맡을 때에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정말 딱 책 읽기를 천천히, 생각을 가끔 나누는 정도로의 자연스러운 활동만 하며 내가 읽어주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어주는 편이다. 책의 재미를 느껴야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 마음의 동기를 작은 활동 하나를 보태어 할 수 있다면, 그게 과제가 아닌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의 섬세한 정성 사이에서 선생님의 독서에 대한 관점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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