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수업을 바꾸다 - 초등 연극 수업의 이론에서 실천까지
송칠섭 지음 / 지식프레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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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간발령으로 첫 발령이 났을 때, 내 빈자리는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던 기간제 교사가 연극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신규였던 내게는 동아리 이름부터 엄청나게 거창하게 느껴졌다. "연극 영화부" 연극도 영화도 그때에는 친숙하지 않았던 내게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동아리였고, 애들과 레포 쌓는 것도 잘 못하는 초임 교사에게 아이들을 잘 풀어놓고 자유롭게 활동시킨다는 것은 은근한 부담이었다. 2학기부터 인수인계받았던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한 학기동안 잘 배워봤으니 이젠 직접 단편영화를 만들어보렴!"


세상에.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에 자유로웠고 아이들은 즐겁게 할 수 있었다. 4개 반이었던 친구들은 반별로 시나리오를 짜고, 대본을 계획하고, 역할을 나누고, 연기 연습을 하고, 소품을 만들고, 직접 촬영을 하였다. 물론 4학년 친구들이고 당시에는 편집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편집은 내가 마무리해줬지만, 공포, 개그, 판타지까지 생각보다 고퀄리티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고 그걸 담임선생님들께 자랑했었던..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뒤에도 역할놀이라는 이름 하에 교실에서 역할에 맞는 짧은 역할놀이는 해봤지만, 연극 수업은 크게 해볼 일이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15개정에 연극 수업이 들어오며 여러 선생님들에게 연극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많은 학교들이 교육연극 강사들을 초빙하여 수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교육연극 수준으로 간단히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떄로는 학예회를 위해 아이들을 푸쉬하기 위한(아무래도 학예회라는 주제가 생기면 교사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마냥 즐겁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뭔가 아이들에게 무대에 서는 자부심을 준다는 미명하에 학부모와 학교의 체면을 살리는.. 그런 목적이 더 커지는 건 아닌가도 싶다.ㅠㅠ) 시수 확보로 활용되기도 했을 것이다. 


다행이 나는 작년에 6학년을 맡아 학년을 준비하기 전 아주 내공이 깊은 선생님께 짧게 연극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기회를 얻었고, 그 수업은 대 성공! 하여 아이들에게 엄청난 자유도를 주면서도 모두가 즐겁게 연기의 맛보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졸업식 전날 그 때의 촬영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의 아이들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스스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의 성공의 경험이 내게 연극에 대한 긍정적인 수업 인식을 심어줬고, 관심을 갖게 되었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서문부터 공감가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교사의 영향력이 너무 과도하면 안된다는 것! 사실 나는 무대에 올릴 목적이 아니었기에 대본도 모두 아이들이 자유롭게 작성하여 자유도를 거의 최고조로 줄 수 있었다 (내가 얘기해준 건 선생님께 배웠던, 관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연기해야한다는 정도??의 아주 작은 팁이었다.) 자신들이 선정한 주제, 선정한 역할에 스토리라인을 짠 각본가(아이들이 선정한)의 기승전결에 맞춰 역할을 나누어 작품을 완성한 아이들이 가장 즐거웠던 이유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연극이 나라는 사람의 틀에 갇혀 표현하지 못하던 내면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로서 새로운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충분하다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부분에 특히 공감을 하였는데 책 속 선생님 또한 비슷한 말씀을 하셨기에 공감하여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수업 구성이나 진행에 대한 세부적인 방향, 선생님이 쌓아오신 노하우, 그리고 실제 무대에 올리는 경험까지 녹아들어가다보니 점점 언젠가 나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꾸민 연극을 무대에 한번 올려보면 좋지 않을까?하는 설렘까지 생기게 되는 책이었다.


머리로만 공부하는 죽어있는 교실에 감정을 열어 생동감있게 하는 좋은 기폭제가 바로 연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멋진 연극 수업을 위해 깊이있게 고민하시고 이야기 나눠주신 송칠섭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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