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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온다 : 연민 편 ㅣ 교과서 삼색 문학 읽기
강양희 외 엮음, 최아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아,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친구들을 위하여 쓰여진 책임을 느꼈다. 구성이 그러했고 시리즈가 그러했다. 교과서 속 문학 읽기를 소재로 하였고, 책의 엮은 이도 대부분 중학교 선생님들이시다. 나 또한 이 책 내용들을 대부분 학창시절에 접해봤었다. 아마 이 책을 사려는 이들은 중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책이었다. 하브루타를 도입한 질문수업 코너나 글에 대한 해설이 들어 있어 더더욱 그러한 부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책 안의 작품들은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삽화와 식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비슷한 주제를 품어 비슷한 마음의 울림을 주는 계열의 글들이 장르와 상관없이 함께 묶인 점도 다채로웠다. 내가 접한 이 연민 편에도 내 살 길 바삐 사느라 미처 지나쳐버린 내 주변의 안타까움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가난, 관습, 욕심, 그리움과 같은 감정이 서려있는 작품들이라 더 눈길이 갔다. 소설은 소설대로의 진한 감정선으로, 시는 시 다운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게 하는 은근함으로, 수필은 그 자체로의 수다 떠는 듯 편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쩌면 입시나 내신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올 이 책을 다른 의미로 더 찬찬히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국어공부에서 이러한 문학작품을 읽는 건 작품 분석 스킬을 올리기보다 이런 여러 감정선들을 더욱 감정이 풍부할 청소년들이 놓치지 않고 접하게 도와주기 위함인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교육이라는 건 어쩌면 그 초점이 너무도 달리 와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 문학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수업의 재료로만 쓰는 것, 다양한 것을 짧은 시간 내에 주기 위하여 온전한 글을 토막내어 읽는다는 것, 그리고 소화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는 교실이 어른인 내게는 조금 책임 없는 순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연민의 글을 읽다보니 괜한 연민의 감정선이 더 커졌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