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타이완에서 본 식민주의 RICH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총서 14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외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교육에서의 한국사는 '정해진 서사'가 있습니다. 과거의 '국사'나 현재 '역사', '한국사'에서 식민지시기를 보면 일제의 억압과 수탈(한 때는 개발) 그리고 식민지조선의 저항... 대학교의 사학과 커리큘럼을 보면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이렇게 배우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제가 과연 당연할까...... 

위의 당연함이 아니라는 것을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타이완 중앙연구원 타이완사연구소 편(박찬승 외), 한국과 타이완에서 본 식민주의, 한울, 2018이 증명시켜줍니다. 이 책은 전문서적으로 '정해진 서사'에서 벗어난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크게 3가지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첫째는 식민지기 타이완(臺灣)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타이완 그 섬의 원주민과 소수의 한인(漢人)들로 구성되다가 17세기부터 한인이 많이 이주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시모노세키(下關) 조약으로 중국의 영토에서 분리가 되어 일본에게 할양됨으로써 식민지가 됩니다. 이후 카이로 선언(1943), 포츠탐 선언(1945)에 근거하여 1945년에 중화민국에 이양되었고 국민당 정부군이 입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10월 25일에 일본군이 항복하면서 광복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1947년 이른바 '2·28 사건(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담배를 파는 노점상 여성과 탈세품을 적발하던 전매국(專賣局) 직원 사이의 다툼에서 직원이 항의하던 민중을 향해 발포하여 한 사람이 죽었다. 그 이후 타이완 곳곳에서 관공서를 습격하고 중국 대륙 출신자를 폭행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이후 국민당은 타이완인을 무력 탄압하였고, ·공내전에서 패하여 중국에서 밀려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은 타이완에 국민당정부를 수립합니다. 타이완 국민당정부는 냉전 때 아메리카의 동아시아 정책으로 아메리카 진영에 합세하나, 냉전이 와해되면서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맺은 나라들과 거리를 두었고,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린만훙(林滿紅), 양안(兩岸) 역사 관계의 오해와 이해, 정문길 외 편,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 문학과지성사, 2004, 구보 도루(久保亨), 강진아 옮김, 중국근현대사 4-사회주의를 향한 도전(1945~1971), 삼천리, 2013(中國近現代史-社會主義えの挑戰: 1945~1971, 岩波書店, 2011.) 참고.). 이러한 과정으로 동아시아에서 소외된 나라 중 하나인데, 다행히 이 연구서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20세기 때 한국과 타이완의 식민지 '모국'은 일제였기에 비교의 대상으로 적절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식민지기 때 타이완에 대한 통사적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둘째는 단순 정치·경제에서 벗어난 주제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만주국에서의 조선인과 타이완인, 공창 제도, 교육,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역사 등(여기서 소현숙, 홍양희, 윤해동, 정혜경은 타이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식민지의 역사상을 새롭게 조명하였다.) 교과서적 지식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그리고 오늘날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주제와 시각의 연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셋째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족보의 존재와 재생산, 성평등, 우리가 모르는 식민지의 또 다른 피해자, "신식민지주의"(니시카와 나가오(西川長夫), 박미정 옮김, 『新식민지주의론, 일조각, 2009(『〈植民地主義論-グローバル化時代植民地主義, 平凡社, 2006.)에서 니시카와 나가오는 글로벌화는 제2의 식민지주의, 현재 세계는 식민지 없는 식민지주의, 국민국가는 식민지주의의 재생산장치라고 하며 "신식민지주의"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의 방향 등등 역사에서 주는 문제의식을 교훈 삼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제의식과 과제를 주는 이 책!...... 읽어볼만하지 않나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9쪽.)

"호적, 국적, 국가의 상호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현재까지 쟁점이 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의 역사적 기원을 되짚어봄으로써, 앞으로 관련 문제를 거론할 때 어떤 요소를 고찰해야 할 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33쪽.)

"‘민족적 전통‘으로서의 동성동본금혼제의 출현에는 조선 시대 이래의 종법주의적 가부장제의 역사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근대주의가 교했던 일제하 식민정치의 흔적이 남아 있다."(90쪽.)

"‘불량 교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212쪽.)

"아직 끝나지 않은 전후"(295쪽.)

"타이완의 학자 천광싱(陳光興) 등은 미국 문화가 전 세계 자본주의에 침투하는 것에 주목해 ‘차제국주의(次帝國主義, sub-imperialism)‘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냉전 시기 미국의 원조가 본질적으로 과거 식민 행위의 논리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3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사, 2012(열림원, 2003.)는 이성복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입니다. 끝없는 전공 공부로 갈수록 감성이 메말라 가는 것을 느낀 저는 주변으로부터 매정하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얼마나 매정하였으면...!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 시집을 구입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시들을 읽으며 시인의 언어로 해체하고, 때론 은근슬쩍 인용하며,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시작노트(詩作NOTE)같은 느낌의 솔직함이었습니다. 주제는 일상 그 자체인데,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다시 시집을 읽으니 정신적 고향에 머물며 감성을 풍부하게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집의 일부를 은근슬쩍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세상에 의미심장한 의문을 던질 뿐이었습니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끊을 수 없는 것을 끊겠다는 집념의 어리석음"(104쪽.)으로 "오늘 밤도 고요함은 계속될 것 같아 보인다."(49쪽.) 그래서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30쪽.)인 것인가!? 

"우리가 말하기 전에 말은 제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11쪽.)

"사람 사는 세상에도 어김없이 통하는 야비와 비겁의 신비"(51쪽.)

"그 순간은 참 길었다"(28쪽.)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5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시집을 읽었지만 이성복, ,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만큼 어려운 시집이 있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해설도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시집 전체에서 풍기는 그로테스크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였을까요......시집을 읽던 열정과 감수성이 정말 메말라서 못읽어냄을 인정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한 5년간 시집을 읽지 않았습니다......

"붉은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 피 흘려 하늘 적시고,"(11쪽.)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밝기의 / 이별을 당신은 바랐던가요"(34쪽.)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 가득한 것들"(63쪽.)

"여태 살았지만 / 언제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1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성복,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은 이성복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대학생 때 읽었던 시집입니다.

시인은 "더 이상 붙들고 있어 나아질 것이 없을 듯해서, 지난 이태 동안 끄적인 것들을 묶어 세상에 부친다."(5쪽.)고 하였습니다. 읽다보면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본 것을 충실히 그려내고,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삭막한 생활 속에서 전공 공부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성을 그나마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감성은 느끼기 어려워지고... 갈수록 현실이 닿을수록 눈치밥만 먹고 삽니다... 자신의 이상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고, 현실의 매정함과 더러움을 느낄수록 무기력해지기만 합니다.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지향하던 저는 어느덧 '병신폐가망국요천하(病身廢家亡國搖天下)'를 목격하고 있을 뿐이니...... 정말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라고 목놓아 부르짖습니다!!!... 

"역시 꿈은 서럽고 삶은 폭력적이다"(20쪽.)

"확실히 혼동은 슬픔을 가져다준다"(27쪽.)

"이렇게 또 헛된 희망은 밤이 되면 젖은 빨래처럼 나부끼고 머리털이 곤두서도록 잠은 오지 않는다"(39쪽.)

"치유받아야 할 것은 나였다"(45쪽.)

"믿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여전히 믿음이다"(44쪽.)

"철없는 걸음 아무 길도 받아주려 하지 않네"(71쪽.)

"하루하루 낚시찌 같은 날들"(84쪽.)

"내 사랑은 바람부는 강을 건너 그대 집에 닿았는가"(19쪽.)

"나는 이 어두워가는 풍경을 견디며 보이지 않는 고향을 머리에 이고 촘촘한 나뭇잎 사이를 빠져나간다"(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은 이성복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저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시집입니다. 

"따뜻한 비관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이 넘쳤습니다. 한 편씩 읽으며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였던 여학생을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즐겨 마시던 홍차 티백, 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자작시들, 2주일 간 고민해서 쓴 편지, 새로 산 이 시집, 그 안에 집 근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선물꾸러미에 넣고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그 친구를 음악실에 불러서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주면서 좋아한다고 소리쳤었습니다... 2주 좀 넘어서... 그녀는 저의 외침에 대해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선물꾸러미를 다시 주려고 하였지만 저는 그 진심만큼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후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저의 이 시집을 그 해가 끝나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며 사랑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덮은 시집... 그렇게... 저는 청소년기의 마지막을 보냈었습니다... 이후 다시 도서관에서 만나 2시간 정도 찻집에 함께 있었지만... 어린 저는 그녀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펼쳐 한 편씩 읽다 보면 설레었던 그 날들이 생각납니다. 좋아했던 그 해부터 약 8년 동안 그리다가 이젠 제 인생에서 아프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 친구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잘 가... 다신 보지 말자......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13쪽.)

"봄부터 여름까지 내게서 피어난 것들은 당신의 흔적이었습니다"(63쪽.)

"나의 괴로움, 당신의 형벌일 줄 몰랐습니다"(66쪽.)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71쪽.)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85쪽.)

"내게 남은 것은 다 외로움이었습니다"(87쪽.)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