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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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사, 2012(열림원, 2003.)는 이성복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입니다. 끝없는 전공 공부로 갈수록 감성이 메말라 가는 것을 느낀 저는 주변으로부터 매정하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얼마나 매정하였으면...!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이 시집을 구입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시들을 읽으며 시인의 언어로 해체하고, 때론 은근슬쩍 인용하며,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시작노트(詩作NOTE)같은 느낌의 솔직함이었습니다. 주제는 일상 그 자체인데,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다시 시집을 읽으니 정신적 고향에 머물며 감성을 풍부하게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집의 일부를 은근슬쩍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세상에 의미심장한 의문을 던질 뿐이었습니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끊을 수 없는 것을 끊겠다는 집념의 어리석음"(104쪽.)으로 "오늘 밤도 고요함은 계속될 것 같아 보인다."(49쪽.) 그래서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30쪽.)인 것인가!? 

"우리가 말하기 전에 말은 제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11쪽.)

"사람 사는 세상에도 어김없이 통하는 야비와 비겁의 신비"(51쪽.)

"그 순간은 참 길었다"(28쪽.)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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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5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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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집을 읽었지만 이성복, ,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만큼 어려운 시집이 있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해설도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시집 전체에서 풍기는 그로테스크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였을까요......시집을 읽던 열정과 감수성이 정말 메말라서 못읽어냄을 인정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한 5년간 시집을 읽지 않았습니다......

"붉은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 피 흘려 하늘 적시고,"(11쪽.)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밝기의 / 이별을 당신은 바랐던가요"(34쪽.)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 가득한 것들"(63쪽.)

"여태 살았지만 / 언제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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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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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은 이성복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대학생 때 읽었던 시집입니다.

시인은 "더 이상 붙들고 있어 나아질 것이 없을 듯해서, 지난 이태 동안 끄적인 것들을 묶어 세상에 부친다."(5쪽.)고 하였습니다. 읽다보면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본 것을 충실히 그려내고,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삭막한 생활 속에서 전공 공부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성을 그나마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감성은 느끼기 어려워지고... 갈수록 현실이 닿을수록 눈치밥만 먹고 삽니다... 자신의 이상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고, 현실의 매정함과 더러움을 느낄수록 무기력해지기만 합니다.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지향하던 저는 어느덧 '병신폐가망국요천하(病身廢家亡國搖天下)'를 목격하고 있을 뿐이니...... 정말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라고 목놓아 부르짖습니다!!!... 

"역시 꿈은 서럽고 삶은 폭력적이다"(20쪽.)

"확실히 혼동은 슬픔을 가져다준다"(27쪽.)

"이렇게 또 헛된 희망은 밤이 되면 젖은 빨래처럼 나부끼고 머리털이 곤두서도록 잠은 오지 않는다"(39쪽.)

"치유받아야 할 것은 나였다"(45쪽.)

"믿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여전히 믿음이다"(44쪽.)

"철없는 걸음 아무 길도 받아주려 하지 않네"(71쪽.)

"하루하루 낚시찌 같은 날들"(84쪽.)

"내 사랑은 바람부는 강을 건너 그대 집에 닿았는가"(19쪽.)

"나는 이 어두워가는 풍경을 견디며 보이지 않는 고향을 머리에 이고 촘촘한 나뭇잎 사이를 빠져나간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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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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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은 이성복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저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시집입니다. 

"따뜻한 비관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이 넘쳤습니다. 한 편씩 읽으며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였던 여학생을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즐겨 마시던 홍차 티백, 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자작시들, 2주일 간 고민해서 쓴 편지, 새로 산 이 시집, 그 안에 집 근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선물꾸러미에 넣고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그 친구를 음악실에 불러서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주면서 좋아한다고 소리쳤었습니다... 2주 좀 넘어서... 그녀는 저의 외침에 대해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선물꾸러미를 다시 주려고 하였지만 저는 그 진심만큼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후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저의 이 시집을 그 해가 끝나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며 사랑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덮은 시집... 그렇게... 저는 청소년기의 마지막을 보냈었습니다... 이후 다시 도서관에서 만나 2시간 정도 찻집에 함께 있었지만... 어린 저는 그녀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펼쳐 한 편씩 읽다 보면 설레었던 그 날들이 생각납니다. 좋아했던 그 해부터 약 8년 동안 그리다가 이젠 제 인생에서 아프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 친구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잘 가... 다신 보지 말자......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13쪽.)

"봄부터 여름까지 내게서 피어난 것들은 당신의 흔적이었습니다"(63쪽.)

"나의 괴로움, 당신의 형벌일 줄 몰랐습니다"(66쪽.)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71쪽.)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85쪽.)

"내게 남은 것은 다 외로움이었습니다"(87쪽.)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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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RICH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총서 17
나가시마 히로키 외 지음, 최혜주 엮음,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 어문학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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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에서의 한국사, 특히 식민지 시기의 경우 정치·경제·사회의 모습을 보는 데 있어서 일제의 억압 VS 식민지조선의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 알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20세기 말에 이르러 소련(USSR)이 붕괴되고 독일도 통일하면서 사회주의권이 와해되고 냉전이 종식됩니다. 이와 동시에 세계화(Globalization)의 분위기가 흐릅니다. 그 동시에 이전의 유럽과 아메리카 중심의 세계, 제국주의 팽창으로 인한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 등 기존의 '중심'에 대한 회의(悔疑)와 '주변'도 조명하자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사조로 이론들의 범주가 넓어혀지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 '트랜스내셔널리즘(Transnationalism)'도 출현합니다.

'트랜스내셔널리즘'은 기존의 국민국가의 개념에 의거한 일국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화를 새롭게 접근하고 생각하자는 사고체계입니다. 역사학도 그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수탈-저항'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사상을 조명합니다. 최혜주 편, 『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어문학사, 2018도 그 예의 전문서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혜주 편, 『일제의 식민지배와 재조일본인 엘리트』, 어문학사, 2018에서는 재조일본인, 즉 당시 식민지조선에 머물렀던 일본인들의 삶을 조명한 참신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이 때 총독부 관료를 연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외의 언론인, 교육자, 군인, 정치가, 사업가(지주), 관료의 활동을 주목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억압-저항'의 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어서 오히려 낯선 존재를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크게 3가지를 보았습니다. 1) 한 명 한 명 알아갈 때마다 새로운 존재들과 일본 근·현대사의 일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 전체적으로 그들은 식민지조선에 머물면서 개인의 영달을 채우고 일본 제국주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모습도 내비칩니다. 또한 3) 그들의 직업은 지금에도 꽤나 영향력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있고, 그것이 식민지 지배의 일환으로 쓰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편으로 '억압-저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그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신민(臣民)으로서 식민지조선을 이용하거나,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을 대변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후세 다츠지(布施辰治),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등 식민지조선을 옹호하였던 일본인들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서 무조건 일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야에서 벗어나 일제와 일본을 따로 보는 관점이 요망됩니다. 아울러 재일조선인도 조명하여 그들의 삶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로써 '억압-저항'이라는 '중심'적 틀과 '주변'의 새로운 존재들을 함께 알아가는 다원적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트랜스내셔널 인문학(Transnational Humanities)‘(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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