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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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은 이성복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대학생 때 읽었던 시집입니다.

시인은 "더 이상 붙들고 있어 나아질 것이 없을 듯해서, 지난 이태 동안 끄적인 것들을 묶어 세상에 부친다."(5쪽.)고 하였습니다. 읽다보면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본 것을 충실히 그려내고,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삭막한 생활 속에서 전공 공부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성을 그나마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감성은 느끼기 어려워지고... 갈수록 현실이 닿을수록 눈치밥만 먹고 삽니다... 자신의 이상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고, 현실의 매정함과 더러움을 느낄수록 무기력해지기만 합니다.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지향하던 저는 어느덧 '병신폐가망국요천하(病身廢家亡國搖天下)'를 목격하고 있을 뿐이니...... 정말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라고 목놓아 부르짖습니다!!!... 

"역시 꿈은 서럽고 삶은 폭력적이다"(20쪽.)

"확실히 혼동은 슬픔을 가져다준다"(27쪽.)

"이렇게 또 헛된 희망은 밤이 되면 젖은 빨래처럼 나부끼고 머리털이 곤두서도록 잠은 오지 않는다"(39쪽.)

"치유받아야 할 것은 나였다"(45쪽.)

"믿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여전히 믿음이다"(44쪽.)

"철없는 걸음 아무 길도 받아주려 하지 않네"(71쪽.)

"하루하루 낚시찌 같은 날들"(84쪽.)

"내 사랑은 바람부는 강을 건너 그대 집에 닿았는가"(19쪽.)

"나는 이 어두워가는 풍경을 견디며 보이지 않는 고향을 머리에 이고 촘촘한 나뭇잎 사이를 빠져나간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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