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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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시민은 자신들이 "예외" 보이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소수자' 라는 말도 껄끄럽고 '장애인' 이라는 말도 별로 탐탁치는 않다. 그저 '다른' 구석이 있을 뿐인데 이리들 유난이람.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사항도 아니고, 비소수자에게 '누가 누가 장애가 심한가' 라는 잣대로 세워질 이유는 더더욱 되지 한다. 그저 남들이 하는 없는 것이 있는 사람들이고, 생활이 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구석이 있을 뿐인데 소수시민에 대한 차별은 각자의 장애나 상태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지식을 비판 없이 채용한 데서 오는 무조건적인 배제, 혹은 소수자가 참여하는 활동에 예외행동을 짜야 하는데 대한 귀찮음에서 우러나는 증오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런 시선에 대해 비주류의 사람이 아무리 설명하려고 외쳐도, 심지어는 공권력 있는 기관에서 바른 지식을 설파하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같잖은 변명'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 p.9 : "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하는 이러한 고통은 [...]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있는 문제다."

 

신체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 특히 정신장애인의 차별 피해도 크다. 조현병 계통을 앓는 사람이 아무리 자신은 '안전한 공간에서 일에 집중할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고성과를 있다' 설득해봤자 인사권이 있는 사람은 사람이 일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묻지마 칼부림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있고, "나는 두려움을 느끼는 장애가 있다" 설명하며 어떤 활동을 거절 때에는 병명부터 그의 의학적 근거까지 학회 수준의 설명을 반복해야 하고 후에 결국 돌아오는 답은 "그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 참을 줄도 알아야지" 라는 말이다. 마치 출근해야 때는 책임감 있게 생리를 참았다가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피를 쏟아야 한다는 처럼 들린다. "시각장애인이에요" 라고 하면 음성, 혹은 점자로 서비스로 바꾸듯이 "ㅇㅇ정신병이에요" 라고만 하면 증명과 합리화 없이 정보 전달이 올바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신체 장애인의 장애가 가시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전부 어떤 시각장애인 유튜버처럼 존경, 배려, 기타 긍정적인 반응으로만 대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외부의 차별 스트레스 없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체장애인들은 하루 깨어 있는 시간은 전부 비장애인 위주의 세상에서 불편을 겪으며 사는데 자모씩 힘들게 글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은 그런 면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속에서 작가가 가진 고민 또한 여실히 보여주는데 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한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 p.53 "장애인 유튜버 (지나치게 비장애인 관점의 수식어지만 [] 순전히 효율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수식어를 사용 []"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장애인이라는 말이 차별적이라고 장애우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고, 여전히 사람들은 "저는 시각장애인이에요" 보다 "제가 눈이 불편해서요" 라고 하는게 작위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라는 책에 등장한, 외국인에게 "한국인 됐네요" 라는 표현이 불쾌한 이유가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좋은 ' 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생각난다. 그런 상용되는 긍정적 의도의 표현을 쓰지 말자는 움직임보다는 '외국인' 이라는 개념에 잘못 붙어있는 부정적 감정을 제거해서 불쾌할 이유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게이' '정신병자' 욕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자' 혹은 '어린이' 같은 특성 묘사의 단어에 그릇되게 달라붙은 부정적 의미를 제거하는데 주력하지 않고 '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찾아 헤매는 것은 불이 났는데 불을 끄는 대신 문을 닫아 불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애인' 역시 단순히 사람의 어떤 특성을 의미하는 중립적인 단어에 지나지 않게 되면 가뜩이나 사는 자체가 힘든 장애인들이 임포스터 신드롬까지 겪으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게 것이다.

 

📖 p.121 "너는 왜 우영우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해하지 않지? 나는 너를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겠어"

작가가 이 부분에서 의식의 흐름이 끊기고 전이되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 했으나 대충 우영우의 시청자들 중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불편한 반응에 대해 우영우 제작진이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시청자들이 매스컴의 허구의 작품의 허구성을 받아들이는 범위는 배우 박은진의 이름이 우영우가 아니고 직업도 변호사가 아니라는데 그친다. 그 외의 배경이 되는 '설정' - 인물들이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 부터 외부 장면이 실제 한국의 거리인 것, 그리고 변호사로 일 한다는 것은 어떻고 변호사들은 어떻게 말 하고 행동하며, 자폐인들은 어떤 모습인지 등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것이 매스컴의 파급력이다. 그렇다고 자폐가 스펙트럼 장애고 하위 분류가 십수가지라는 것 까지 설명하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될 터이지만 "너는 우영우 같지 않아서 자폐 장애인이 아닐 거야" 라는 반응과 맞서야 하는 피해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히 드라마 제작사의 실책이다.

 

📖 p. 211 "나도 장애인은 처음이라서"

작가가 지은 이 책 제목 1안이었단다. 난 솔직히 지금 제목보다 이게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수 많은 출판사의 제목과 표지 투표에 참가했는데 내가 뽑은 선택지가 한 번도 최종적으로 선택 된 적이 없는 걸 보니 내가 책을 쓰면 독자들의 눈길을 끌긴 어렵겠구나 싶다.

 

그리고 본문에서 작가도 지적했듯이 저자가 장애인인데 비장애인이 주류를 이루는 어떤 활동 (= 집필) 했다고 해서 책을 사회운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독자는 선천성 근위축증을 경험해 적이 없을테니 장애인의 브이로그를 관람하는 기분으로, 저자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을 구경하면 것이다.

 

다수와 다른 소수로 산다는 , 그리고 그에 따른 차별과 불공평에 관한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읽어봐야 하나다. 거시적 관점에서 차별 행태와 현황에 대해 논하는 책은 많지만 독자로서 피부로 느끼고 공감할 있는 이런 소수시민 명의 눈으로 보는 삶의 이야기는 값지다. 그리고 내가 겪었던 차별의 설움이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공감을 대화를 나누는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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