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장을 이리저리 쏘다니다 결국은 단골가게로 향하고 만다. 지난번에 산 키조개가 상했다든가 시금치가 물렀다든가 거슬러 준 잔돈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한 적도 있지만 이제 나는 입을 다문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자책하거나 화를 낼 것이 분명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가엾고 뻔뻔하고 슬프고 사나운,기묘하게 모순되는 그들의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