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 이어 원 시공그래픽노블
조슈아 윌리엄슨 지음, 하워드 포터 외 그림, 안영환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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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코믹스 서포터즈'로서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 히어로의 탄생기를 다룬 그래픽 노블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들 천지인지라 굳이 탄생 계기를 따지지 않게 되거나, 혹은 기원이 대충 어떻다는 소개만 듣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플래시: 이어 원』은 상당히 흥미롭고 신나는 이야기임이 분명합니다. 다만 본 이야기가 제가 생각했던 기원과는 조금 다르게 (또 재치있게 변주되어) 그려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책은 플래시가 번개만큼 빨라지게 된 사건과 그 능력을 사용하는 초보적인 플래시의 모습, 그리고 플래시가 마주하게 된 첫 슈퍼 빌런인 '터틀'과의 접전과 더불어 타임 패러독스라는 ('빽 투 더 퓨쳐'에서나 볼 법한) 소재를 가지고 와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냅니다. 작중 초보적인 플래시가 자신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너무 빠른 속도로 질주해 미래로 가 버려 미래의 자신, 그리고 터틀에게 지배당하는 센트럴 시티를 목격하는 부분을 보고는 "평범한 오리진 스토리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또 센트럴 시티의 자유를 두고 벌어지는 터틀과의 대전투 부분에서 플래시가 시간 역설을 일으켜 반복되는 미래의 굴레를 깨 버리는 플롯은 감탄스럽기도 했네요.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과거의 이야기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돠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플래시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워낙 잘 알려진 히어로와 그 능력인 만큼 대충 건너뛰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고유의 액션을 그려내는 측면에서나 속도, 시간과 관련된 스토리를 자유자재로 뽐내는 측면에서나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빌런인 터틀의 능력에 관한 것입니다. 저한테 생소한 캐릭터인 터틀은 사물을 느리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플래시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양상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중 플래시를 느리게 만드는 것(그리고 미래의 터틀만이 선보이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기술?) 외에는 능력의 바탕에 비해 크게 부각되는 면이 보이지 않더군요. 미래의 터틀이 어떻게 그런 힘을 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되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특히 플래시와 아이리스 웨스트의 나름 풋풋한 로맨스도 보는 데 재밌었습니다. 일과 연애와 슈퍼히어로 활동을 병행하는, 뭔가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이야기로 보여 좋았어여


하워드 포터의 작화는... 어떤 컷에선 인물들 비율이 뭐랄까... 납작해져 있더군요? 그래도 참 맘에 들었습니다. 컷 분할도 보기 좋고, 스토리와 작화 모두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책 겉표지도 뭔가 많이 미끌거리고, 종이 재질도 원래 제가 봐오던 코믹스 정발작하고 좀 다르더군요? 뭐지이...)


하여튼 오랜만에 기분 좋게 싱싱한 작품을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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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 : 사형제들 시공그래픽노블
진 루엔 양 지음, 다이크 루언 외 그림, 강민혁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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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코믹스 서포터즈'로서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샹치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뭐랄까... 아이덴티티 같은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마블의 가장 대표적인 동양계 히어로 중 한 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분명 세계관 내에서 개성 있고 흥미로운 캐릭터이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70년대의 <마스터 오브 쿵푸>를 제외하고는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타이틀 시리즈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샹치 영화 개봉이 근접했던 시기에 마침내 진 루엔 양과 다이크 루안이라는 작가진에 의해 샹치라는 캐릭터의 독보적인 활약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처음으로 '샹치'라는 이름자를 타이틀로 내세운 코믹스는 과연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을까요?



 일단 이 『샹치: 사형제들』은 먼저 감상부터 바로 말하자면, 많이 아쉬운 이야기입니다. 다섯 이슈의 짧은 구성에도 전개가 뒤숭숭하고, 뭐랄까,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잽싸게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캐릭터의 기원에 특성을 파고들어 관련된 역사를 다시 캐내는 방식은 좋았습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오병기 연맹 같은 설정 말이죠. 현대에 와서 샹치가 이런 개인 타이틀을 갖게 되는 것과 동양 문화를 과한 시각 없이 접목시킨 것 같다는 점에 의미가 있겠고 또 흔치 않겠지만, 읽는 내내 재미가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4에서 샹치의 숙부인 젱 이의 무덤이 있는 동굴로 향하는 내용은... 샹치가 숙부의 무덤에 행하는 예절을 보여 주는 부분, 샹치와 젱 이의 만남 같은 점은 좋았지만 너무 뜬금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난잡한 전개 과정과 결말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바로 액션이었습니다. 컷 분할은 박진감 있게 되어 있건만, 샹치가 보여 줘야 마땅할 액션들은 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샹치가 젱 주의 오병기 연맹 다섯 문파 중 '철권 사형'이라는 포지션을 차지하여 다른 무기나 장비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은 대검 사형 타케시, 철추 사매 시화 등 다른 문파 쪽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가 되긴 했습니다. 그렇게 본다 해도 샹치 캐릭터가 선함과 쾌활함을 가진 용자라는 것은 작품의 초반부터 드러나지만 결국 샹치 같은 캐릭터는 무술로, 액션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샹치가 어떤 각성을 이루어 낸 것인지도 명확히 알 수 없었고, 날쌘 움직임과 주먹이 강조되는 것 외에는 무술캐로서의 어떠한 독보성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샹치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지만, 샹치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샹치가 누굽니까. 전설 이소룡에게 막대한 영향을 받은 캐릭터 아닙니까. 근데 이 작품에서의 샹치는 그런 과거의 면모를 배제할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건 #5에서 적수인 여동생 시화의 이마로 날아온 총알을 손가락으로 잡아내는 장면이었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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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세 명의 조커 + 배트맨 #1 밀레니엄 에디션 세트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존스 외 지음, 제이슨 파복 외 그림, 전인표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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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공코믹스 서포터즈'로서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치에너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메시스', '숙적'이라고도 표현 가능한 용어일 텐데, 슈퍼 히어로와 빌런의 관계에서 '아치에너미'라 한다면 저는 이 둘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배트맨과 조커.


단순한 적과 적으로서의 인연으로 대립했지만, 현재 그들은 빛과 그림자, 서로 영원히 끊어내지 못할 악연으로 이어진 뫼비우스의 띠에서 쫓고 쫓기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양면의 검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정의를 자처하며 새까만 의상을 입고 박쥐 모양 마스크 속에 자신을 꽁꽁 숨기며, 웬만해선 무표정인 우울의 영웅. 그 반대편에 있는, 악의 행동을 일삼으며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온갖 분칠로 자신을 꾸민 뒤, 광대뼈까지 올라간 입꼬리를 절대 내릴 생각이 없는 활기의 악당.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작 정체가 탄로나지 않게 매사에 조심하는 배트맨의 정체가 브루스 웨인이라는 것을 저희(독자)는 뻔히 알고 있으면서, 대놓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조커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 조커가 드러내는 자기 자신이란 바로 미스터리죠. 검은 바다는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더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너무나 도전적이다 못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DC 코믹스의 (비교적) 최근작이 있습니다.




+ 당연하지만, 이 리뷰의 평가는 모두 주관적인 것임을 밝힙니다


조커가 세 명이라는 설정은 6년 전쯤, <다크사이드 워>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뿌려진 떡밥으로,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에 제프 존스가 이 작품을 통해 직접 떡밥을 회수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아니, 조커가 세 명이라니? 충격 그 자체죠. 조커가... 세 명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그 설정에 대한 이 작품에 대한 대답은 뭘까요? 최소 <세 명의 조커>라는 타이틀로 시작해서 끝나는 작품이라면 그 정도는 설명해 주겠죠? 그런데 전 다 읽은 뒤에도 뭐가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런 무리한 설정 변경/레트콘은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뭐 좀 막장이어도 잘만 풀면 욕이라도 덜 먹죠. 그러나 <세 명의 조커>는 그러한 설정들을 가지고 어떠한 진전도 선보일 생각이 없는 듯 보입니다. 이 <세 명의 조커>가 범하는 번복이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세 명의 조커>는 세 이슈로 구성된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그렇다는 건 분명한 목적이 있고,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미니 시리즈를 굉장히 선택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후반부에 가서 조커가 자신을 후계할 새로운 조커를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식으로 그동안의 '세 명의 조커'라는 설정에 대한 뒷받침을 하려는 듯 보였지만, 이게, 참...


결국은 조커가 배트맨의 부모님을 쏴 죽여 모든 일의 시발점을 제공한 강도 '조 칠'을 새로운 조커로 탄생시키려 한다는 게 드러났고, 배트맨이 이를 막아낸 뒤, 조 칠을 용서하고 시한부였던 그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충격적이게도,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 배트맨이 사실은 조커의 정체를 그동안 완전히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죠. 그 본명 같은 것은 밝히지 않고 플래시백으로 조커의 기원 장면을 보여 주는데, 앨런 무어의 명작 <킬링 조크>에서의 기원을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킬링 조크>를... 이렇게... 건드려도 되는 건가요? <킬링 조크>의 3x3 컷 분할을 연상시키는 페이지도 있었건만... 조커가 실은 세 명이었다고 홍보하고 다니면서 정작 제대로 까발리지 않은 제프 존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뒷맛이 너무 깔끔하지가 않아요오... 뭔가 궁금하거나 충격적인 결말이면 몰라도 끝맺음이 이런 식이라는 건... 이렇게 정사로 인정되지도 않는 것 같아 보이는데... 참... 아쉽습니다


제가 앞에서 조금 혹평하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인 건 맞습니다. 제가 이 <세 명의 조커>의 방향에 대해 불호여서 그렇지, 제프 존스와 제이슨 파복이 이루어낸 연출은 굉장해요. 만화로도 이런 분위기와 연출이 가능하구나 싶었습니다


제프 존스는 분명 오늘날 DC 코믹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고, 제가 다른 작품을 읽어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제프 존스의 작품을 <세 명의 조커>로 처음 접한 저로서는 살짝 아쉬웠네요... 다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속도나 아이러니와 메시지를 교묘하게 점철시키는 능력을 엿볼 수 있었기에, 제프 존스의 다른 유명작들은 기가 막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돠




그리고 작화는 지렸습니다

제이슨 파복과 브래드 앤더슨이라는 아티스트의 그림은 정말 환상적이에용


 

아,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디자인은 죽입니다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되어 있는데, 겉표지의 DC 블랙 라벨다운 분위기도 너무 좋고, 겉표지를 벗겨난 상태로도 너무 맘에 드네용


표지도 작화 덕에 퀄리티가 상당해 보입니다




한정판으로 수록된 『배트맨 #1 밀레니엄 에디션』엔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이 이슈들이 지니는 가치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충분히 아기자기하고 재미 넘치는 영웅물입니다.


이 조커의 첫 등장 이슈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조커가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광대의 모습을 한 예고 살인마 + 귀중품 컬렉터(?)였다는 것이죠. 첫 등장 비주얼부터 정말 인상깊었겠구나 싶습니다.


. 이 <세 명의 조커>와 <배트맨 #1 에디션>은 여러 번 찬찬히 재독한 뒤에 다시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습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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