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하며 공전한다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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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자전하며 공전한다를 읽고

 

자전하며 공전한다는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야마모토 후미오가 일본에서 20207년 만에 출간한 작품이다. 이 책은 여성의 일, 출산 등을 밀도 있게 그려냈으며, 특히 미래가 불투명한 연인들이 갖는 고민에 대해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야마모토 후미오 작가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32살의 여성인 요노 미야코는 엄마의 병이 심해진 것을 계기로 고향으로 내려와 아울렛에 계약직으로 취직한다. 가족과의 관계, 엄마의 병,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고민하던 미야코는 어느 날 같은 아울렛의 회전초밥집에서 일하던 간이치를 만나 사귀게 되고, 안 그래도 고민이 많던 그녀에게 남자 문제라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기게 된다. 과연 미야코는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자전하며 공전한다

 

이 책의 제목은 보다시피 자전하며 공전한다이다. 책을 보다보면 미야코가 간이치에게 자신의 삶을 불평하자 간이치가 자전하며 공전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는 똑같은 궤도로 한순간도 되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미야코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고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니 행복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미야코 언니가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립할 경제력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오해하실까봐 염려되는데, 전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 힘으로 살아갈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한테는 여러 사정이나 배경이 있고 예를 들어 가족을 간병해야 하거나 하는 여러 상황이 있잖아요. 하지만 미야코 언니의 경우는 간이치 씨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경제적인 것뿐이죠. 그분과 앞으로 바람직한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다면 미야코 언니가 그걸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을 늘리는 건 어떨까요? 간이치 씨는 지금 혼자 살고 있으니 원래 문제가 없을 거예요. 미야코 언니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간이치 씨의 장래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닐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단연코 이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이치와의 관계를 불안해하는 미야코에게 후배 소요카가 따끔하게 말한다. 행복이란 남에게 얻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게 너무 애써 행복해지려고 안 해도 돼. 행복해지겠다고 기를 쓰면 약간의 불행도 용납할 수 없어지니까 조금은 불행해도 돼. 내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인생인 법이니까.”

 

그렇게 불안해하고 남에게 의지하려 하던 미야코는 더 이상 없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만의 인생 방식을 찾아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든 괜찮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나오는 역자 후기를 보면 이 책의 역자인 김현화 번역가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행복할 수 없다. 하지만 간혹 어제의 행복에 집착해서 똑같은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지나간 행복을 돌이켜본다. 허나 우리의 행복은 자전과 공전을 하기에 똑같은 자리에 두 번 존재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모습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라는 틀에 맞춘 행복은 오히려 불행에 가깝다. 자전과 공전으로 우리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행복에만 한결같은 모습을 요구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일 수 있다.

 

번역가의 말처럼 우리가 행복도 변하는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미야코가 깨달았듯이 조금은 편하게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날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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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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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묵화 같은 책이었다. 수묵화에 대한 책이라서 난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독자를 위해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한 친절한 책이었다. 요즘 같은 계절에 읽기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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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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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걸 불태우듯 문체가 강렬했다(가독성이 좋다). 작가의 차기작도 기대된다. 역시 아키요시 리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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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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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마법>을 읽다보면 누구나 그리운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저자의 전작인 <오후도 서점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재미있었다. <백화의 마법>과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자매작이라고 하는데 어느 쪽을 먼저 읽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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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딜
소피 사란브란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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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웨덴의 미스터리 소설 킬러딜을 읽고 나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킬러딜은 총 105개라는 엄청난 숫자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한 장당 길어야 두세 페이지밖에 안 되며, 장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 등이 확확 바뀌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3인칭 서술이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1인칭 서술이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단순히 범죄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겪는 남녀 차별 문제, 일과 가정사 사이의 불균형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둔한 경찰 체제, 가정 폭력 등을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것이 아니었다. 물론 띠지에 적힌 대로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이중 반전 역시 충격적이었지만, 내게는 그 뒤에 등장하는 감사의 글의 이 구절이 더욱 놀라웠다.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집을 구매하려고 브롬마에 있는 오픈하우스에 갔을 때 시작됐습니다. 인기 있는 동네인데도 그날 오픈하우스에는 평소보다 사람들도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집에서 나올 때 부동산 중개인이 주위에 없어서 인사도 못 하고 나왔습니다. 순간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지요. 부동산 중개인은 사람들이 다 나갔는지 무슨 수로 알 수 있을까? 아무나 지하실 문으로 슬며시 들어와 오픈하우스가 끝나고 집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 후로 이 소재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의 줄거리가 될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감사의 글

 

 나 역시 얼마 전에 추리소설로 써봄직한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른 적이 있는데, 다음에 바로 든 생각은 에이, 이런 걸 경찰이 모르겠어?’였다. 아마도 이런 점이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을 가르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사소한 생각에서 이런 멋진 작품을 쓴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며, 엠마 스콜드 시리즈의 나머지 작품들도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p.s. 좋았던 내용에 비해 번역과 편집은 좀 실망스러웠다. 대표적으로 살인 무기란 단어가 두어 번 나오는데,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흉기를 이렇게 번역한 것 같다. 영어에서는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은 말이어서 많이 어색했다. 특히 경찰의 입에서 나온 단어였기에 더욱 그랬다.

 또한, 보조용언을 어떤 때는 띄었고 어떤 때는 붙였는데, 정도가 너무 심해서 읽는 내내 너무 눈에 거슬렸다. 국어에는 원래 없는 과거완료 형태가 지나치게 나온 점 역시 그랬다. 이런 점들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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