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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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 저자 : (지음) 이사카 고타로 ; (옮김) 김해용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처음으로 킬러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꽤 괜찮았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거 마냥 생생하게 전개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던 거 같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킬러 영화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회사원, 킬러들의 수다, 신세계 등.
모두 이 소설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영화로 제작된 영화 <골든 슬럼버>도 그의 작품이다.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발표 후 7년 만에 내놓은 킬러 시리즈 신작이 바로 <악스>이다.
며칠 전 최초로 국내 방한하여 북토크까지 가진 바가 있다.
물론, 이 책은 나처럼 전작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4개의 챕터는 현재의 이야기를, 마지막 챕터는 1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겉으로는 문방구 제조업체 영업사원인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실은 그쪽 업계에서는 꽤 실력을 쳐주는 베테랑 킬러인 미야케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일의 특성상 '풍뎅이'로 불린다.
그런 베테랑 킬로조차도 무서워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아내이다.
살인 의뢰를 처리하고 밤늦게 귀가할 때면, 공처가인 풍뎅이는 소리적은 어육소시지로 허기를 달래는 것으로 대신한다.
공처가도 이런 공처가가 없을 정도로, 아내의 말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 줄 기세다.
풍뎅이에게는 자식으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 가쓰미가 있다.  
가쓰미는 엄마한테 언제나 쩔쩔매는 아빠를 동정하는 한편 가끔은 한심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청부살인의 중개업자로 내과 진료소 의사가 등장하는데, 오랫동안 그쪽 분야에서 일해서인지 냉담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풍뎅이에게 의뢰를 맡기고 있다. 

이야기는 대부분 아들과 아내의 주변 이야기가 복선으로 주어지며 전개된다.

이제는 가족을 생각하며 은퇴를 하고 싶은 풍뎅이에게, 의사는 돈이 더 필요하다는 구실을 내세우기도 하고, 가족을 상대로 위협하며 일을 계속하라고 요구한다.

가족을 지켜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은 집 앞에 생긴 참말 벌집을 제거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필이면, 오본기간이라 관공서의 도움도 받기가 힘든 상황에서 풍뎅이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직접 참말벌집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마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나타난 풍뎅이에게 예상치 못한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모든 가장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할 것 같진 않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풍뎅이는 베테랑 킬러이긴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냉혹하고 잔인한 킬러와는 거리가 좀 멀다. 아마도 자식이 있어서인 걸까?
자신을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그리워하는 모습이며, 약자에게 한없이 따뜻하게 다가가는 모습 등이 자주 비쳐 풍뎅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풍뎅이는 아내를 비롯해 가쓰미에게도 대화보다는 마음 속말을 더 많이 하며, 신중한 가장의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제일 긴장되었던 순간은,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나노무라와의 대결 장면이다.
너무나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나노무라와의 일이 있은 후, 풍뎅이는 자신에게 의사가 건넨 선택지가 아닌 진정한 자유를 택하며 은퇴를 요구한다.
하지만, 풍뎅이에게 돌아온 건 다름 아닌 자살을 택한 죽음이었다.

마지막 챕터는 그렇게 풍뎅이가 죽은 지 10년 뒤의 일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후, 어느덧 가쓰미는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 되어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한 젊은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10년 전 풍뎅이의 이야기와 현재의 가쓰미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죄책감, 호기심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것도 느끼게 된다.  
풍뎅이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자, 진정한 킬러였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여름 더위를 날리기에 더없이 좋았던 킬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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