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버블티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는데 동생이 타이완 쓰린 야시장에서 마셨던 버블티가 생각난다고 했다. 동생은 그 집의 신선하고 고소한 우유에 대해 나는 방금 졸여서 따뜻하고 쫀득했던 타피오카의 식감에 관해 이야기 했다. 한참을 버블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타이완 야시장의 냄새와 맛이 그리워지고 그 그리움은 다시 버블티의 타피오카를 씹었던 그때의 감각을 상기시켰다. 음식은 그것 자체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것을 함께 했던 사람, 시간, 공간 그리고 그것을 버무리는 이야기들로 입체적으로 기억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타인의 음식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의 리뷰단을 신청한 건 리뷰단 모집 글을 읽고 있었을 때 예전에 자주 갔던 식당의 수프가 먹고 싶어서였다. 책 제목 처럼 외롭거나 힘들 때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 음식은 작은 선물 같다. 그것은 작가의 눈을 번쩍이게 했던 결명자차 한 잔 일 수도 있고 내게 여행자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늦은 오전에 먹는 딸기잼 바른 바삭한 식빵 한 조각일 수 있다. 음식 이야기는 음식 자체의 호불호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음식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떠올렸다. 내가 먹었던 음식이 나오면 그것의 맛과 그것을 함께 했던 사람의 얼굴을 더듬었다. 생소한 음식은 잠시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내 능력껏 상상했다. 상상만으로 안 되는 것들은 꼭 한번 먹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봤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모험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그것을 권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긴장과 설렘을 동반하는 작고 귀여운 그러나 용기가 필요한 모험.작가의 ‘들깨 거부’가 예술의 전당 앞 들깨 순두부로 해제 되었을 때 나는 으쓱했다. 나도 그곳에서 그 들깨 순두부를 먹고 고소함에 빠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당장 나도 먹어 보고 싶은 몇 가지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올 12월 31일 복을 1박 2일로 먹을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계획과 함께 앞으로는 귤 비린내를 공기 중에 최대한 많이 퍼지게 하면서 허수경 시인이 느꼈던 ‘아름답고, 따뜻하고, 비리고 차갑고, 쓰고 차다’를 하나씩 느껴보고 싶어졌다.참, 한은형 작가님이 책에서 말한 ‘맹물 야채국’은 중국이나 타이완의 작은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맑은 야채 국을 말하는 것 같다. 이미 준비된 국에(소고기를 넣는 우리나라 뭇국보다 가벼운 맛의 육수) 청경채 등의 야채를 담갔다가 숨만 죽여서 그 국과 같이 나오는데 나는 볶음밥을 먹을 때 계란국을 먹거나 이 야채국을 자주 먹었다. 뜨끈하게 한 그릇 먹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으로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그 맛을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매력이 있는 음식인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