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90년이나 살아온 사람인가? 그런 느낌이었다. 도저히 90년을 사용했다고 믿을 수 없는 몸. 동작은 민첩하고, 무엇보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 그러나 그만큼 입은 거칠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나오면, 뭐야 저놈은. 하고 내뱉듯이 말하며 짜증을 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먹으면 모든 것을 용서하는 신과 같은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 어떤 사람과도 생글생글 웃으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개중에는 그런 인격자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할머니의 희노애락이 뚜렷한 모습을 보고, 이래야 되겠구나! 하고 끄덕거렸다. P248
나는 나답게 살겠다고 '노'를 쉽게도 내뱉으면서 엄마에게는 언제나 생글 웃는 인격의 노인이 되길 바랬던것 같다. 에구구 나는 바보같고 이기적인 딸래미다. 처음엔 작가의 할머니이기에 일반 노인들과 다르겠지하며 색안경을 낀 채 읽었는데 읽을수록 우리 엄마가 이모가 우연히 스치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겹친다. 엄마를 보호한답시고 하는 잔소리를 많이 아껴야겠다. 엄마! 고양이 할매! 그냥 편하게 엄마답게 하던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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