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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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플롯/정서/분위기

「중국인 거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현재적 이야기가 전개된다. 9살 때 이사오는 광경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해, 초경을 시작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위 소설의 플롯을 통해 여성의 생물학적인 성장이 전면화되고 있다. 또한, 소설은 겨울에서 시작되며, 195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기본적인 정조는 스산하고 추우며, 석탄재가 날리는 지저분하고 누추한 분위기이다.

여성들의 삶이 연령대별로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은 모두 죽음과 섹슈얼리티를 가진 존재이다. 이 소설에서는 죽음과 섹슈얼리티로 연결되는 여성의 계보를 보여주며, 여성의 성장에 있어서 성과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할머니 : 출산하지 못함, 죽음을 맞이함.

엄마 : 끝없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함.

수녀 : 임신할 수 없는 사람.

매기언니 : 양공주, 남성폭력으로 인해 죽음.

나와 치옥이

“노오란 목소리”, “온통 노란빛의 회오리”, “노란빛의 냄새” 등 이 소설에서 노란색이 의미하는 것은?

그래도 메스꺼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해인초의 거품도, 조개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해조와 뒤섞이는 석회의 냄새도 온통 노란빛의 회오리였다. (100쪽)

노란색은 회충약과 해인초의 냄새로, 가난과 황폐한 색을 의미한다. 이는 전쟁 직후 폐허된 상태에서 굶주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소설 속 “내가 이 시와 나눈 최초의 악수였으며 공감이었던 그 노란빛의 냄새”(100쪽) 묘사는 이사 왔을 때 주인공이 낯설지 않게 해준 것은 노란색으로, 황폐한 어린 시절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허기의 색으로 비이성과 비합리의 색에 해당한다.

중국인 남성이 ‘나’에게 준 선물이 의미하는 것은? ‘나’는 왜 그것을 빈 항아리 속에 넣었을까?

우리는 그들과 전혀 접촉이 없었음에도, 언덕 위의 이층집,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한없이 상상과 호기심의 효모였다. (108쪽)

『중국인 거리』에서 중국인 남성은 ‘이국적이고 낯선’ 존재로 호기심과 두려움을 상징한다. 모든 성장의 모티프는 금기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며 시작하며, 아이들의 금기의 대상은 성과 죽음이다. 중국인 남성은 ‘언덕 위의 이층집’에 살고 있는데, 가깝게 손닿는 곳이 아니라 약간 멀리 있는 곳에 살고 있기에 주인공에게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집 앞에 이르러 언덕 위의 이층집 열린 덧창을 바라보았다. 그가 창으로 상체르 내밀어 나를 손짓해 부르고 있었다.

내가 끌리듯 언덕 위를 올라가자 그는 창문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닫힌 대문을 무겁게 밀고 나왔다. 코허리가 낮고 누른빛의 얼굴에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내게 종이꾸러미를 내밀었다. 내가 받아 들자 그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어둡고 좁은, 안채로 들어가는 통로와 갑자기 나타나는 볕바를 마당과, 걸음을 옮길 때마다 투명한 맨발에 찰랑대며 묻어 오르는 햇빛을 보았다.

나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종이뭉치를 끌렀다. 속에 든 것은 중국인들이 명절 때 먹는 세 가지 색의 물감을 들인 빵과, 용이 장식된 엄지손가락만한 등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금이 가서 쓰지 않는 빈 항아리 속에 넣었다. 안방에서는 어머니가 산고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나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숨바꼭질을 할 때처럼 몰래 벽장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한낮이어도 벽장 속은 한 점의 빛도 들이지 않아 어두었다. 나는 차라리 죽여줘라고 부르짖는 어머니의 비명과 언제부터인가 울리기 시작한 종소리를 들으며 죽음과도 같은 낮잠에 빠져 들어갔다.

내가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머니는 지독한 난산이었지만 여덟 번째 아이를 밀어 내었다. 어두운 벽장 속에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절망감과 막막함으로 어머니를 불렀다. 그리고 옷 속에 손을 넣어 거미줄처럼 온몸을 끈끈하게 죄고 있는 후덥덥한 열기를, 그 열기의 정체를 찾아내었다.

초조였다. (125~126쪽)

마지막 장면에서 멀리 있던/낯설고/이국적인 중국인 남성과 접촉한다. 중국인 남성은 ‘나’에게 “명절 때 먹는 세 가지 색의 물감을 들인 빵과, 용이 장식된 엄지손가락만한 등”을 선물해준다. 이는 맛있는 빵과 예쁜 장식품을 선물해준 것으로, 중국인 남성에게 ‘나’가 성적으로 구별되는 ‘여성’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나’는 이 선물을 동생들에게 자랑하지 않고, 혼자 열어보았으며, “금이 가서 쓰지 않는 빈 항아리” 속에 감춘다. 나’는 몰래 벽장으로 숨어 들어가, 어머니의 산고의 비명과 수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낮잠에 빠져 들어간다. 이 ‘벽장’은 가부장제, 여성으로서 성적 억압을 의미한다. ‘나’는 성과 죽음을 둘러싼 여성들의 존재를 보며, 자신도 성적 대상이 된 여성임을 인식하였다. 낮잠은 일종의 시간을 통과하였음을 보여주며, 낮잠에서 깼을 때 ‘나’가 느낀 ‘절망감과 막막함’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아이가 인식하는 세상이다.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머니는 여덟 번째 아이를 출산하였으며, ‘나’는 월경을 시작하였다. 월경이 시작하였다는 점은 임신이 가능한 나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었으며, ‘나’ 역시 할머니-어머니-매기언니의 계보로 들어왔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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