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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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는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 가장 동적인 언어를 가졌던 작품이었다. 포착이 아닌 흐름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고, 그러기에 언어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감상했다. 조금 더 말해보자면. "이것은 책이 아니다."(p.15) 처럼 예술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당신의 온몸으로 나를 들어라."(p.13)와 같이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서사나 전개보다는 문장과 감상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사실, 누군가가 나에게 『아구아 비바』의 줄거리를 묻는다면 명확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책을 받고 '물과 같은 문학'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문구 안에 '문학'을 수정하여 '물과 같은 무언가'라는 평을 남기고 싶다. 그만큼, 정의나 요약이 어려운 작품이었다.

"말들의 향연, 나는 목소리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신호들로 글을 쓴다."(p.35) 평소에, 병렬독서를 하고 있기에, 책 한 권을 쉬지 않고 읽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해당 책은 되도록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중단된 몸짓은 그 흐름을 다시 잡기 힘들고, 나 역시 그 흐름에 빠져들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해당 책을 권한다면, 그 자리에서 한 번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안다. 즉흥적으로 지어내고 있다.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음악을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재즈, 청중 앞에서 즉흥을 풀어내는 재즈, 격정에 빠진 재즈처럼 하는 것뿐인데."(p.33) 책을 읽을 때, 그와 비슷한 결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앞의 문장을 읽고, 재즈를 실컷 들으며 『아구아 비바』를 읽었다. 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가는 예술이 겹친 느낌이 들어 신났다.

책을 읽으며, 경계나 틀을 규정하는 일이 불필요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의할 수 없고, 틀에 넣을 수 없는 '무언가'가 엄존한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테두리나 가장자리를 둘러싼 선들을 없앤다면, 거울은 흘러넘치는 물처럼 퍼져나갈 것이다."(p.127) 선을 없애는 행위만으로 다채롭게 변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앞과 같은 태도로 예술과 삶을 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도 많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은 작품이었다. 정확한 감상이나 요약은 불가능했지만, 그것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거듭했다. 『아구이 비바』를 읽는 사람들에게, 이해하거나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조언하고 싶다. 그저 받아들이고 느껴라. 예술, 더 나아가 삶을 대하는 좋은 태도로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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