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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ㅣ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1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회사원인 친구와 만나면 작은 서점이나 북카페를 열고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고는 한다. 요즘은 동네 서점도 잘 안 보이고, 헌책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어서 서점을 차린다는 건 망하기 딱 좋아 보인다. 용기 없는 우리는 서점 주인이 되는 상상만 하며 평생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서점이나 헌책방에 관련된 이야기, 그것도 실화인 책을 만나면 반가워진다. 이 책을 읽기 전 제레미 머서의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을 인상깊게 읽었고, 헌책방이 배경인 영국의 시트콤 '블랙북스'를 재밌게 감상했던 터라 헌책방하면 낭만적이고, 고립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의 헌책방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인 윤성근씨는 10년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출판사 웹사이트 관리하는 일도 하고, 헌책방에서 일을 배우기도 하다 자신이 자원활동을 하던 '은평씨앗학교' 근처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차리게 된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라는 제목으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일어나는 일들을 실어 놓았다. 헌책방하면 헌책을 사고, 헌책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공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상북'은 공연, 전시회, 강좌 등이 열리고, 동네 아이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이다. 시중에 있는 대형 서점에도 물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모두들 바삐 책만 고를뿐 옆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헌책방에서는 책 속에 들어있는 가치들이 실제로 사람들을 통해 실현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p283
"책방에서 책만 팔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처럼 생긴 물건을 파는 거나 같다. 책을 파는 책방이라면 책 안에 있는 가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책 읽기, 사람 읽기>에서는 작가가 자신이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의 책 선택 기준 등이 나온다. 자신이 읽었던 책 중 권하고 싶은 책만 파는 헌책방, 그래서 그가 권하는 책은 어떤 책일지 궁금했는데, 이 챕터에서 잘 다루고 있다. 대중적인 책이 별로 없고, 읽어보지 못한 책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아쉬웠다.
단순한 헌책방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는데, 이 곳은 책의 매매만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었다. 책속에서 글들이 모여 좋은 생각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안에서는 사람들이 세상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