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이야기>의 작가 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엄청난데, 이 작품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작품이었다. 


   주인공 헨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책을 쓰지만 편집인들로부터 보류당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 대도시로 이주했다. 그 곳에서 아마추어 연극단에 참가하고, 클라리넷도 배우고, 카페에 웨이터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팬들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고, 편지 중에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라는 희곡의 일부분과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편소설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 복사본을 발견하게 된다. 희곡은 전체가 아닌 서막부분이었는데, 원숭이인 버질과 당나귀 베아트리스가 과일 ’배’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배를 모르는 베아트리스에게 버질이 알려주는 장면인데, 별것아닌 배에 관해 둘은 정말 여러가지로 대화한다. ’배’라는 것 조차 말로 표현하기에 이렇게 힘든데, 홀로코스트에 관해서 글로 표현하기가 얼마나 힘들지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은 쥘리앵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릴때 처음 생쥐를 죽인것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동물들을 무참히 살상하게 되는데.. 그러다 암컷과 수컷 사슴, 아기 사슴을 목격하고 죽이게 된다. 그때 사슴 한마리로 부터 쥘리앵이 후에 자신의 부모를 죽이게 될것이라는 저주를 듣게 된다. 쥘리앵은 그 저주를 듣고, 부모로 부터 떠나지만, 예언대로 자신의 부모를 죽이게 된다. 큰 죄책감을 앉고 살아가다, 문둥병 환자를 자기 침대에 머물게 하는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 문둥병 환자가 바로 그리스도였다. 그래서 쥘리앵은 부모를 죽였지만 그리스도에게 구원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


   헨리는 이 희곡과 소설에 호기심을 느끼고 편지를 보낸 사람을 직접 찾아간다. 그 사람은 ’오카피 박제상회’의 주인인 노인이었다. 희곡을 쓰는데 헨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희곡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헨리에게 조금씩 읽어주는 방식을 취하는데, 그래서 이 소설이 끝날때까지 희곡의 주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잘 유지된다.


   희곡은 매우 상징적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과 연옥, 천국의 안내자 베아트리체와 베르길리우스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하는 곳은 ’셔츠’라는 이름의 나라. 그것도 줄무늬 셔츠. 표지의 사막처럼 보이는것이 바로 셔츠의 줄무늬이다. 셔츠는 어느 나라에나 있고, 누구나 입고 있는 그래서 매우 보편적인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는 들어보면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희곡을 쓴 노인은 계속해서 부인한다. 왜 그런지, 그가 홀로코스트를 직접 겪고, 그 고통이 너무 커서 그런거라고 생각되었다.


   희곡과 단편소설을 왜 같이 보냈는지 처음에 헨리는 쥘리앵의 살상부분에 주목한다. 유대인종을 말살시키려고 한 홀로코스트와 동물들을 무참히 죽인 쥘리앵. 쥘리앵은 그러나 부모를 죽이고 나서야 죄책감을 가졌고, 동물들을 죽인것에 대해서는 어떤 죄책감도 갖지 않았다. 또한 그리스도의 구원하나로 죄는 사하여졌다.


  노인이 희곡에서 쓰려고 했던 것이 홀로코스트의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것이 일반적인 흐름일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노인은 바로 유대인을 죽이는데 동참한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는 동물을 살상했지만 작은 선행 하나로 죄를 구원받은 쥘리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희곡을 쓴 것이다. 죽은 동물을 깨끗이 박제해서 전시해 놓은 자신의 가게처럼, 홀로코스트로 죽은 수많은 죽음도 깨끗이 다시 정리한것이다.


  홀로코스트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감동적이거나 역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정말 특별한 형식의 소설이었다. 희곡과 단편소설과 박제사라는 직업이 어우러져 추리소설처럼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말 특이하고, 새로웠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스릴감도 느껴지고, 잊기 힘들 정도로 큰 충격을 주는 소설이었다. <파이이야기>때와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부분도 많지만 그것을 다 현실에 있는것 같은 이야기로 만드는 얀 마텔의 재주는 놀라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몇페이지 남겨두지 않고 나타나는 반전이 충격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늙지 마라 나의 일상 나이의 힘 5
미나미 가즈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아버지, 할머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굴곡 없이 단조로운 생활을 해온 나의 내면에는 늘 그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알아주게. 내 처의 눈에 답답하게만 보였던 그 부분이 날 속에서 몇천 배, 몇만 배의 힘으로 짓눌렀는지 모르네. 내가 이 감옥 안에 더 이상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됐을 때, 그리고 어찌해도 그 감옥을 깨부술 수 없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자네는 어째서 그것만이 길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내 마음을 옥죄어오던 그 불가사의한 힘은 모든 면에서 나의 활동을 차단하면서도 죽음으로 가는 길만큼은 갈 수 있도록 날 놓아주었네.  
   
   
 

 그대로 죽은 듯이 살아가겠다면 그렇게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움직이고자 한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 한 가지 길밖엔 없었단 말일세.

 
   
 
 
내용은 그 후, 산시로 보다 재미에서는 떨어졌지만,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

일도 하지않고 집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선생님의 여유로운 겉모습..

사실은 이 고백과 같이  내면에서는 죄의식때문에 혼자 괴로워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시로, 그후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