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빙하기가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생각하겠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분명히 기록된 사실이다.
○ 평안도 · 함경도 일대에 폭설이 내리다
평안도 의주 등지에 우박과 눈이 뒤섞여 내리고, 철산(鐵山) 땅에는 눈이 1자 남직이나 쌓여 3일이 되도록 녹지 않았으며, 황해도 곡산(谷山) 등지에는 산 중턱 이상에 눈이 내렸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39年 8月 24日 기해
이때 찾아온 소빙하기로 인해 을병대기근을, 현종 때는 경신대기근을 겪은 바 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곡식이 쑥쑥 자라는 한여름에 난데없이 폭설이 내리면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빙하 조선>은 한여름에 내린 폭설로 인해 한양이 얼어붙자
소년 화길이 따뜻한 땅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로,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낸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때는 조선 여름, 폭설과 함께 느닷없이 시작된 겨울에
백성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약탈과 방화, 살인을 일삼기 시작한다.

추위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식량은 바닥을 들어낸지 오래고, 지낼 곳조차 마땅치 않자
화길의 아버지는 화길로 하여금 북쪽으로 가 따뜻한 곳을 찾으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왜 남쪽이 아니고 '북쪽'일까? 남쪽보다 북쪽이 훨씬 더 추운데 말이다.
화길이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가게 된 이유는 이렇다.
멸화군으로 일하기 전 화길의 아버지는
성창 대군을 따라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백두산에 들린 적이 있는데
사냥하는 성창 대군을 따라갔다가 눈사태를 만났다.
이때 우연히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흐르고 온기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판을 치는 지옥 속에서 멸화군 식구를 모두 데리고 먼 길을 떠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화길에게만 임무를 주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눈 속에 파묻히거나 다른 사람들의 손에 죽게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화길은 과연 따뜻한 땅을 찾을 수 있을까?

<빙하 조선>을 통해 본 재난이 불러온 일상의 파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백성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왕은 일찌감치 몽진했고,
민심이 악화되면서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살상을 예사로 하고, 인육을 거리낌 없이 먹는 등
최소한의 인간성도, 도덕성도 사라진 조선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내린 눈 위로 또다시 눈이 쌓일 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주인공 화길만은 눈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초록처럼 희망의 온기를 품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들이 극한 추위 속에서도 마침내 따뜻한 땅을 찾아낸 화길처럼
어려운 일을 마주하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아이도, 나도 "오랜만에 책을 집중해서 읽었어."라고 할 정도로 흡인력과 몰입감이 최고였다.
여운이 남는 결말에 속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역사 X 재난 X 판타지의 만남에 매혹되어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되는 소설, <빙하 조선>!!
진짜 자신 있게 추천한다.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