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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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같은 사람들

스무 걸음만 들어가도 한치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숲.

숲에는 연구소가 들어서고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며 시골 작은 동네는 숲으로 먹고살게 되었다.

숲으로 먹고 산다? 어쩐지 건강하고 힘찬 분위기지만 빛 뒤에 그림자가 따라다니듯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림자는 숲이 있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숲이 떠나고, 평범해 보였던 마을 사람들은 살 길을 찾기 위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환경에 걸맞게 변화하는 것이니 진화라 표현해야 할까?

그러나 아무리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이라 해도 변화를 즐기는 인간은 드물다.

평범한 인간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얼핏 보면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누구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러나 때로 안정을 위해 그것과 거리가 먼 일을 때때로 해치우기도 한다.

그런 때 그들은 대개 수동적이다.

마치 숲의 나무들처럼 말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숲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숲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숲과 함께 동네에 뿌리 내린다.

역설 혹은 모순

“건강은 곧 균형이오. 명심하시오.” -218

모든 소설에 들어가는 것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된 심상은 역설과 모순 속에 감겨있다.

2부 끝에서 박인수는 사무장과 ‘산불 대피요령’에 대한 이야기로 통화를 한다.

“피하는 겁니다.”

“피해요?”

“마구 달리는 겁니다. 이미 산불이 지나간 자리로요. 산불은 지나간 자리로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박인수 씨는 산불이 지나간 자리를 찾기만 하면 됩니다. 그거야 간단히 찾을 수 있죠. 잔뜩 그을려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240

그러나 박인수는 사무장의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지나간 자리로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이 활활 타들어 가는 불구덩이로 몸을 던진다.

벌이 꽃을 찾아가듯, 술중독자는 술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사건이 시작된다.

공포는 만들어진다

“유령의 정체를 보니 마른 억새풀이었네.”

사무장은 박인수까지 이하인의 뒤를 따를까 궁금했는지 바쇼라는 시인의 말을 빌려 이런 말까지 주워섬긴다.

‘어렸을 때 무서운 소리에 놀라 귀신인줄 알았는데, 실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어린 시절, 한 번도 이런 일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밤에 주위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큰 소리에 놀라 허둥대던 일.

날이 밝으면 아무것도 아닌 풀들의 춤사위가 밤에는 공포로 변신하곤 한다.

작가는 이렇게 공포가 만들어진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잊혀지는 것이라 한다.

“……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박인수 씨를 모른다고 하면 박인수 씨도 없는 사람이 됩니까?” -318

책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으로 나온 ‘진’이란 인물이 박인수라는 산지기를 몰아세우기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게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여러 번 들으면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도 진짜라고 생각하고 넘기곤 한다.

옛날에 만화책 ‘20세기 소년’을 보며 그 구체적인 모습을 처음 접하고 놀랐던 것이 기억난다.

사이비 교주 ‘친구’는 대중을 속이기 위해 밧줄을 이용해 공중부양하는 쇼를 벌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친구’를 들어 올리는 사람들조차 밧줄을 손에 쥐고도 그에게 홀려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정보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많은 경우 생각이 달라진다.

“나만 보고 나머지 세상이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반대로 세상은 다 봤는데 나만 못 보는 건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모두 알 수는 없어요. 누구나 깨닫지

못하는 걸 어느 정도 갖고 있게 마련이니까요.”-319

나만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결정짓고 보지 않는다’는 어떤가?

단적인 예로 ‘에이즈 보균자’에 대한 태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에이즈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 옆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에이즈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특별히 다른 사람과 다른 행동이나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그런 행동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 함께 읽던 책이 조지오웰의 ‘1984’였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작하며 장악하는 빅브라더는 한 명이 아니다.

영원불멸하게 이어질 것 같은 단체이다.

그러한 단체가 만들어져 소수의 인권을 짓밟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파리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정보의 교류가 늘어나고 정보가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사회.

그러나 정보에 민감하지 않고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사회가 될 것인가.

‘공포는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이 정보화 사회를 사는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읽었던 책이 공교롭게도 ‘1984’였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주위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있는 ‘빅브라더’가 현재도 꽤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잊고 무비판적으로 활자를 읽는다면 어느 순간 ‘빅브라더’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상황설명> 성격정리

다른 등장인물에게서 이전의 등장인물을 묘사할 수 있음.

복선 깔기_ 잘못 짚고 있다. 그러나 말해주지 않는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조연/ 날씨와 감정의 교차/ 명언 인용

주인공의 느낌, 생각 나열.

한 사람의 특징을 쓰고, 다른 사람의 특징을 나열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비교 효과.

속말> 내면묘사> 행동묘사

필요한 부분만 묘사_ 독자에게 한정된 정보만 제공하게 되는 한계점 제시.

‘단어’에 천착하는 심리묘사.

자신의 생각을 밝힘으로써 자기 자신을 묘사.

치통, 중독, 거짓말.

무엇보다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담백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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