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후회하지 않아
옥성호 지음 / 담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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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분명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누가보아도 행복하기보다 불행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았는데 어째서 저자는 책 이름을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로 정했을까? 손해 보는 삶을, 억울한 삶을 살았지만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후회함이 없다는 것일까? 무기력함도 나의 몫이고 책임을 지는 것도 내 자신이니까 후회가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자신의 지나온 삶을 분명히 후회하고 있고, 되돌리고 싶기까지 하지만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실 거라는 학습되고 체화된 믿음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절대로 후회할 수 없다는 고백일까? 후회함조차 주저하며 갈등하게 하는 각인되고 세뇌된 신앙에 대한 반어적 표현일까?

책을 구입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 다른 장소, 다른 배경으로 시작되지만 인물과 인물을 연결해주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매우 치밀하게 전개되고 억지스럽지 않다. ‘왕갈치구이’ 같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선물들을 만날 때면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등장인물들이 혼잣말처럼 되뇌는 말들과 꿈속 같은 장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실재보다 더욱 생생하고 진실함을 녹여낸다. 진정한 삶과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종교적 신념의 굴레 안에서 웃고, 울며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면서 종교가 그 답을 주지 않음을 알아가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독자들에게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특별한 신념이나 비법을 제시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과 자유를 숨 쉬며 꿈꾼다.

'이제 내가 아는 게 있다면 인생은 그냥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것. 그것만 알 뿐이다. 다만 다음 세상이 있다면...' 등장인물 민수기의 이 마지막 고백은 전혀 맥없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생과 사.. 그것만 알 뿐.. 다음 세상이 있음을 선포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음 세상이 있기를 바라는.. 진실한 삶과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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