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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
최은숙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어떤 호소의 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여년간 인권조사관으로 일해온 최은숙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책이다. 진정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파헤친 무수한 사건들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최은숙 조사관의 다정한 시선과 성찰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인권'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임에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무수하다는 모순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에게 연약한 요소이기 때문에 시선이 간다. 그런 나에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인권전담기관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하는 이의 기록이라니! 너무 흥미로웠다.
인권위의 도움을 받고자 찾아오는 이들은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이고, 문제 해결 과정 속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통조림 두 개를 훔쳤다는 혐의로 구금된 노숙자, 말이 통하지 않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주 노동자, 관행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견디는 운동선수 등 우리가 뉴스나 기사로 접해본 적 있는 사건도 등장한다. 이 책은 기사 단 몇 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당사자들의 실정은 섬세하고 사려깊게 들여다본다.
저자의 확고한 직업관과 일에 대한 애정, 사명감이 담뿍 느껴지는 책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이야말로 인권침해의 시작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인권위 조사관이지만 때때로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성찰하기도 하며 이제는 의도를 가진 악행보다도 무관심과 관행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인권침해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관심을 촉구한다.
인권의 피해자들이 위선적인 범죄자일 때 깊은 회의감을 느끼며 인권의 이념과 현실 사이의 거리감을 자조하는 모습은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은퇴 후에도 인권 활동을 하려 계획하는 모습은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즐거움이 전해진다.
안타까운 사건들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고,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진정인의 뻔뻔함 모습에 같이 화가 나기도 했다. 간결한 문체와 에피소드 형식의 구성 덕분에 재밌게 술술 읽혔다. 강권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정한 목소리로 건강한 가치관이 전해져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호소하는 마음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드는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