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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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악마가 나타나서 상상만 해온 '만약에'를 이뤄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클로버>는 가난하고 조숙한 중학생 정인이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 헬렐을 만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이야기이다. 정인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 할머니는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고 정인은 중학생임에도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 정인 앞에 가정통신문이 놓인다. 수학여행 354,260원. 셈에 밝은 정인은 수학여행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내가 한 선택이기에 남을 탓할 수 없다는 점이 악을 잔인하게 만든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정인의 곁에서 악마는 끊임없이 욕구를 부추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헬렐과 그의 제안 앞에서 명랑하고도 심드렁하게 받아쳐내는 정인의 대화는 유쾌하다.

 

현실적인 세상 앞에서 정인은 휘어지고 흔들리지만 꼿꼿하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간다. 정인은 악마의 제안뿐만 아니라 도움을 건네려는 어른들의 손길을 동정이라 여기며 날선 반응으로 거절했다. 이런 정인이 아이답게 굴며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데에는 할머니와 재아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불행해졌을 것이라는 자책을 버리고 마음을 터놓는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정인과 할머니, 재아는 모두 성장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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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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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정호승 시인의 등단 50주년 시집이다. 슬픔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시인의 언어는 안온하고 섬세하다.

 

택배로 도착한 슬픔은 슬픈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뉴스를 보면 택배처럼 슬픔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택배를 뜯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포장된 슬픔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는 외면하지 않고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직면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화자가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를 더 슬프게 만드는 이를 원망하고 연민하기보다 그를 찾아가 함께 슬픔을 통과하고자 한다. 슬픔은 연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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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답장 창비만화도서관 8
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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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답장>은 영화처럼 찾아온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남우는 영화 동아리 활동에 빠져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고등학생이다. 남우의 아버지는 어릴 적 집을 나갔고 어머니를 '예쁜이'라고 부르는 '왕언니'가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남우와 재근은 단둘이 눈을 맞으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그러나 남우와 재근은 서로의 차이를 느끼고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겨울밤 나리는 눈의 풍경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는 여운을 남기며 울림을 준다. 큰 변화 없는 남우의 건조한 표정은 한 컷 한 컷 곱씹어 읽게 만든다.

 

남우의 모습은 엄마와 겹쳐지곤 한다. 가족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각각 왕언니와 재근이 있다. 이들의 애틋한 관계는 비슷하지만 남우는 왜 엄마와 왕언니의 관계를 못마땅해할까.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원망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남우는 재근의 화목하고 풍요로운 가정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혼란에 빠진다. 이들의 관계는 다신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흘러 마음을 다듬은 남우는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며 뒤늦은 답장을 보낸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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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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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평생 평등한 삶을 꿈꿔온 혁명가,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처럼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마냥 진지하게만 그려내지는 않는다.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아들이 회상하는 아버지, 아들이 회상하는 어머니는 한국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다. 최근은 딸이 어머니를 그려내는 모녀 서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딸이 아버지를 회상하며 추적해나가는 서사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무뚝뚝하지만 가부장적이지는 않은 '나'의 아버지가 독자인 나의 아빠와 겹쳐져 더욱 공감이 되고 뭉클했다.




'나'는 아버지의 동생인 작은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구례에서 맺어온 다양한 친구들과의 관계, 딸인 '나'와의 관계, 부인인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아버지를 알아간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탈색 머리의 여고생은 자신을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 소개한다. 나이를 뛰어넘은 허물없는 친구 관계는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웃음을 준다. 상실 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 '나'는 아버지를 당신답게 떠나보낼 방법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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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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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은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할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다. 이 책은 가짜 노동이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과잉 노동과 가짜 노동의 상관관계를 상세하게 톺아본다.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덴마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이다. 복지가 좋기로 알려져 있는 북유럽 출신의 저자들이 노동 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각심을 가진다는 점이 놀라웠다.

취직을 하고 나면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구멍가게 식으로 엉성하게 진행된다고?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자기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 실질적인 성과와 관련 없이 그저 바쁜 일, 즉 ‘가짜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문제는 정말 중요한 일과 하나도 중요하지 않는 일들이 뒤섞여 노동 시간이 늘어나도, 정작 일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짜 노동>은 노동 환경의 악순환을 지적하며 진짜 노동에 대한 나의 결정권 되찾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가짜 노동의 문제점과 직면해야 한다. 이 책은 자신의 노동을 성찰하고 일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서평은 자모단 4기 활동의 일환으로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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