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 배우는 시간 창비시선 483
송진권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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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 배우는 시간>은 백석의 시를 읽는듯한 정겨움과 소박함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게는 생경할 고향의 순박한 풍경을 실감 나게 그려내어 경험하지 못한 시공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봇도랑물, 개미굴, 씨갑시, 바지랑대, 툇마루 등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구수한 단어들을 정갈하게 다듬어 시 속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러한 정감 어린 자연의 단어들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켜켜이 쌓아올려 따스한 아름다움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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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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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숲속 수련원으로 여행을 온 고등학생 신이서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맞닥뜨린다. 전파가 터지지 않는 탓에 아빠는 유선전화를 빌리려 관리동으로 향한 상황에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동생과 단둘이 남겨진다. 긴박한 상황에서 이지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떠올린다. 달리기. 이서는 아빠를 찾기 위해 동생 이지를 업고 달린다. 엄마의 권유로 교회 수련회에 온 수하는 산책을 하던 중 분실물을 발견해 관리동에 가져다주려다 동생을 업고 달리는 이서를 발견한다. 한편 괴물은 이서, 이지, 수하가 있는 관리동으로 다가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책임감 없는 어른들과 어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남겨진 청소년들은 연대하고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낸다. 이서와 수하는 더 많은 죄책감을 짊어지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낸다. 괴물을 무찌르는 주체는 집단에 속하지 못하고 겉돌던 아이들이다. 그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한 뼘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괴물이라는 초현실적인 존재의 습격은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하게 만들어 단숨에 읽어갔다. 탄탄한 서사와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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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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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은 스무 살 은호가 뒤늦게 방황하고 자신을 마주하여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은호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별다른 목표 없이 점수에 맞춰 들어온 대학 공부에는 큰 흥미가 없고 쉽게 시작하고 끝내는 연애는 시시하기만 하다.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을 알리며 자취방에 들이닥친 엄마까지, 은호는 모든 것이 혼란하기만 하다.

 

은호와 엄마는 열여덟 살 차이가 난다. 어린 나이부터 자신과 남동생 현호를 키워온 엄마에게 은호는 죄책감과 고마움을 느끼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간섭하려는 태도가 짜증 나기도 한다. 엄마가 남자친구도 사귀고 당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녀라면, 아니 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이야기이다.

 

성장은 청소년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은호는 대학 상담실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를 되짚어보며 결핍에 대해 알아간다. 어린 시절 겪은 사건들로 인해 불안이 생겨났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미쳐온 것이다. 은호는 엄마와 자신을 분리하여 개별적인 개체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자라난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을 읽으며 소리 내어 웃기도 했고 나의 신입생 시절이 떠올라서 공감이 되었다. 대입이라는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늘 붕 떠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엄마와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언젠가 은호와 엄마처럼 "서로 자유롭게 함께 있"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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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할 권리
아미아 스리니바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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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할 권리>는 21세기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섹스에 대해 고찰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TERF)과 인종/계급/섹슈얼리티와 같은 다양한 계층으로 확장을 강조하는 교차성 페미니즘으로 대립해왔다. 스리니바산은 <섹스할 권리>를 통해 두 입장을 낱낱이 분석한다.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극단에 있는 래디컬과 교차 페미니즘을 포괄하여 나아가려는 시도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의 성적 욕망에도 정치적 검토와 재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는 도발적 주장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누가 남성을 음해하는가

미투운동 이후 여성의 성적 자율권 논쟁에서 허위 강간 고소가 더 크게 이슈화되는가 분석하고 보편적인 오해를 짚어준다. 가해자스러움과 피해자스러움의 이미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다양한 사례를 설명한다.

포르노를 말한다

반포르노 페미니스트의 논쟁을 설명하며 성적 재현의 문제를 논한다. 이들에게 포르노그래피는 여성의 종속을 허가하고, 여성에게 열등한 시민 지위를 부여하는 표현 행위다.

 

섹스할 권리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의 줄임말로 자신에게 섹스를 할 권리가 있고, 여성들이 이를 박탈했다고 생각하며 격분하는 종류의 숫총각이라는 용어 '인셀'을 통해 남성의 성적 권리의식을 다룬다.

 

이외에도 욕망의 정치 /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 / 섹스, 투옥주의,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꼭지들을 통해 논쟁적인 비평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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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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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백수린 작가의 잔잔하고 포근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뿍 느낄 수 있다. 그의 문장을 야금야금 오래도록 읽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조금씩 지하철에서 읽었다.

 

작가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또 이별을 겪는다. 서울의 한 오래된 동네에서 살며 그곳을 사랑하고 그곳의 생태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높고 작은 동네에서,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며 이웃들을 만나고 온기를 주고받는다. 현대사회에서 접하기 힘든 이러한 장면은 낭만을 전한다. 동네에서 함께했던 M이모와 반려견을 떠나보낸 기록을 통해 이별의 슬픔과 감정에 대한 유려한 사색을 담아낸다. 상실에 관한 글과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 앞에 닥쳐올 상실이 두려워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미리 방법을 찾아두려는 것일지 모른다. 백수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언젠가 다가올 상실을 담담히 상상해 보곤 한다.


초여름 풀냄새와 라일락 냄새가 섞인 바람을 지나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누리기 위해 색색의 꽃을 매단 나무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을 담은 에세이는 아름다운 문장들과 애틋하고 환한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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