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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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겨울을 떠올리는 일을 좋아한다. 반대편의 계절을 생각하고 있으면 왜 가질 수도 없는 날씨를 좇고 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다다를 수 없기에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눈송이들을 상상하고 있으면 겨울인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더위가 누그러지는 기분이 든다.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읽으며 겨울을 떠올렸다. 한여름에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으니 '너'를 그리워하는 일에 더욱 몰입이 되었다. 바흐의 연주를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단정하고 담백한 바흐의 음악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떠올리고, 추억한다. 누군가는 이미 죽은 사람이기도 하고 옛 연인이기도 하고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어릴 적 친구이기도 하다. 담담하고 건조한 이야기들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이미 떠나간 이들은 기억됨으로써 이 세계에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기묘한 분위기를 준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삶 속의 세밀한 감정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소설이다. 이 감정들은 큰 울림으로 다가와 어딘가에 존재할 인물들을 기억하게 한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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