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씨는 대표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할 때도 울지 않았고, 김은실 팀장이 나중에 꼭 같이 일하자고 할 때도 울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짐을 챙겨 나올 때도, 환송회 자리에서도, 마지막 퇴근길에도 울지 않았다. 퇴사 다음 날, 출근하는 정대현 씨에게 우유를 데워 주고 배웅한 후 다시 침대에 들어갔다가 9시가 다 되어서 깼다. 지하철역 가는 길에 토스트 하나 사 먹어야겠다, 점심은 전주식당에서 비지찌개 먹어야지, 일이 일찍 끝나면 영화나 한 편 보고 들어갈까, 은행에도 들러서 만기된 예금 찾아야 하는데, 생각하다가 이제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상은 예전과 달라졌고 달라진 일상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예측과 계획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제야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