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대체 왜 그런 일을 하시는 겁니까? 이제 편히 노후를 보내실 수도 있잖습니까."
"그건 자네의 생각대로 내가 미친 노인네라서 그런 것이지."
안나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자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이제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거라네. 내가 여전히 동결 중인지, 사실 이 모든 것이 몹시 추운 곳에서 꾸는 꿈은 아닌지,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정말로 나를 영원히 떠난 게 맞는지, 그들이 떠난 이후로 100년이 넘게 흘렀다면 어째서 나는 아직도 동결과 각성을 반복할 수 있는지. 왜 매번 죽 지 않고 다시 깨어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많이 세상이 변했는지.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다시만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럼에도 잠들어 있는 동안은 왜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왜 나는 여전히 떠날 수 없는지………."
안나가 빙긋 웃었다.
"한번 생각해보게. 완벽해 보이는 딥프리징조차 실제로 는 완벽한 게 아니었어. 나조차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지.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해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안나 씨."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안나가 말했다.
"떠나게 해주게."
"떠나신다는 말씀은, 이제 함께 지구로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내 개인 우주선을 가지고 슬렌포니아로 가겠네."
"농담이시죠?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남자는 딱 잘라 말했다.
"혹시 저 밖에 있는 저걸 타고 가겠다는 건가요. 그건 완전히 자살 행위입니다. 저 작은 우주선으로 어딜 간다는 겁니까? 저건 지구와 위성 사이를 오가는 용도의 셔틀이잖아요. 애초에 슬렌포니아에 도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게다가 허가받지 않은 항해와 탐사 행위는 연방법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요. 방조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게 된다고요. 그러지 마시고, 그냥…… 함께 지구로 가시죠."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안나는 단호했다. 그리고 지쳐 보였다.
"내게 마지막 여행을 허락해주면 안 되겠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