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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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신경숙 작가님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려준 책이 아닌가 싶다. 여성적인 문체로 가녀린 호흡을 유지시켜가는 한편 또 다른 작품에서는 구수한 토속적인 문체가 있었다. 여러가지 재료들이 섞여도 각자의 색과 빛을 발하는 샐러드 볼과 같이 여기 섞여있는 6개의 소설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있었다.

 

 이상하게도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다 '물'이었다. 방안에 물이 차고 댐에 물이 막혀 찰랑거리고, 주인공이 좋아하는 우물이 막히고 다방에 있는 악어때문에 사방으로 물이 넘치고.....

 무엇을 의도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방 안으로 물이 차오르는것을 상상하며 묘사해놓은 구절은 이상하리만큼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마치 내가 그 차오르는 물 속에 아버지와 동이처럼 편하게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방금 어머니가 열고 들어온 방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오는 것 같았다. 처음에 슬몃 문턱을 넘어오는 것 같던 물은 곧 방바닥을 적시고 벽지를 적시고 소파를 적셨다. 곧 방바닥에 던져져 있던 수건과 약봉지와 양말이 물에 뜨기 시작했다. 손톱깎이와 찻상과 수화기와 동이의 소지품이 들어 있는 밤색 여행용 가방도 물에 동동 떴다. 어머니의 오래된 화장대 의자가 물에 넘어지고 봉황이 새겨진 문갑의 문짝이 물에 밀리며 열렸다. 물은 빠르게 범람하여 벽에 걸려 있던 가족사진이 물에 닿았다. 숫자 하나가 주먹만한 농협 달력이 출렁이는 물 위에 떨어졌다. 우물물인지 또랑물인지 바닷물인지 알 수 없는 물에 방 안이 잠기는데도 아버지와 동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벽시계 속으로도 물이 스며들었다. ... - 달의 물 中'

 

 

 신경숙 작가님의 느낌이 그득그득 담긴 이 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재, 그리고 전개방향으로 당황하게는 했지만 곧 다시 담담하게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가게끔 만들었다.

 신경숙 작가님만의 차분하고 착 가라앉은 감성전개에 내 감정이 포개어져서 아주 잔잔한 물위에서와 같이  부유했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읽으려고 놔둔 '아름다운 그늘'이 참 기대되었다.

한마디로 압축하여 요약하자면 나는 신경숙작가님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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