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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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미노 요루의 또다른 작품. 하지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보다는 다소 아쉬운 작품. 무엇보다 중간을 넘어가면 이야기의 전개가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이 치명적이 약점이라 느껴집니다. 추리 소설이 아니라 하더라도 작품의 다음 내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작품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면에서 스미노 요루의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소설은 무척이나 똑똑한 소녀 고야나기 나노카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그녀는 또래보다 무척 똑똑하기에 학교 안에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습니다. 나노가 스스로 반 친구들을 바보로 여기고 있지요. 오직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습니다. 꼬리가 반으로 잘린 고양이 ‘그녀’는 항상 나노카와 산책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노가의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에도 동행합니다. 그 친구들이란 '그녀'의 상처 치료를 도와준, 예쁘고 상냥한 아바즈레 씨. 그리고 항상 맛있는 과자와 주스를 주면 나노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해답을 주기도 하는 할머니. 마지막으로 가보지 않은 길 끝에서 만난 버려진 집 옥상에서 마주친 고등학생 미나미 언니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나노카는 바보들이 있는 학교보다 학교 밖이 더 즐겁고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도 그녀를 이해해 주는 히토미 선생님과 같이 소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기와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줍고 말없는 짝 키류도 있지요.

소설은 학교 수업에서 다루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합니다. 이 수업 때문에 나노카는 키류와 멀어지고 또 키류는 학교에 등교하지 않게 되지만 또 이 수업 덕분에 나노카는 키류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게도 됩니다. 그리고 나노카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됩니다. 사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행복이란 것은 객관적 기준이 없습니다. 실체도 없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사소한 상황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에서도 미나미, 아바즈레, 할머니, 키류, 나노카 모두 자신만의 행복을 정의하지요. 그리고 그 행복의 정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행복이란 것이 결국 관점의 차이, 상황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행복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행복은 '모두 달라. 하지만 모두 똑같아'(144쪽)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나노카는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인생이란~~~'의 비유에 무척이나 능숙합니다. 물론 그 비유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이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학생이 구사하는 언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작품 중간중간에 보이는 언어유희는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똑똑한 아이가 아바즈레(매춘부의 뜻이라고 합니다.)의 뜻을 모르고 또 모르는 그 단어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특출한 아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라고 하기엔 작품 전개상 일관성이 다소 부족합니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치명적 약점 두 번째일 것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 불면 나노카의 친구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나노카는 한 단계 성장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내 작품의 구조를 파악합니다. 그래도 이 작품이 읽을 만한 이유는 바로 '행복 찾기'에 있습니다. 과연 나노카는 어떤 식으로 행복을 정의할까?가 작품을 읽게 하는 힘입니다. 여기에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노래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는 나노카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행복을 대하는 자세를 일깨웁니다.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저절로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노카에게 미나미가, 아바즈레 씨가, 할머니가 다가온 것입니다. 아니 나노카가 다가간 것이지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그리고 누구나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리는 너무 큰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요? 소설에서 여러 번 나오지만 '행복이란~' 쿠기에 아이스크림을 먹든 커피를 먹든 바로 나, 그리고 내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요. 사소한, 지극히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이 있다는 것을... 다만 우리는 그 행복을 애써 외면하거나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흘려보내고 맙니다. 그러고는 행복하지 않다고 입버롯처럼 되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마주잡고 걷는 길... 요즘 제 생활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결국 이 소설은 누구나 꿈꾸지만 미처 알려하지 않는 작은 행복 찾기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라고 넌지시 충고하는 것만 같습니다.

 

제 취향의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정말로 나이를 먹었구나'를 실감하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맑고 순수한 소설을 읽기에 저는 너무 세파에 물들었나 봅니다. '스미노 요루'를 좋아하는 작가라면, 그리고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꽤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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