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 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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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과 다큐를 결합한 KBS의 렉처멘터리 '명견만리'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워낙 화제가 된 방송이다 보니...

실제 TV 시청은 한 번도 안했지만 책 내용만 보더라도 상당히 유익한 방송인 것 같습니다.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됐습니다.


1부 인구(Population)에서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현실, 22세기,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힌 대한민국의 인구쇼크, 모든 세대를 살리기 위해 젊은 청년층에 투자를 한 독일의 성공모델이 제시됩니다.

2부 경제(Economy)에서는 노동의 종말을 몰고오는 듯한 로봇의 공격(?)으로 인한 일자리의 소멸, 기업은 성장하나 고용은 늘지 않는 현실에서 자본주의는 어떤 진화의 모습을 보이는가? 그리고 저성장 시대의 소비와 정치 형태의 변화는 어떠한지를 소개합니다.

3부 북한(North Korea)에서는 북ㆍ중ㆍ러 기회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라선, 훈춘, 블라디보스토크를 소개합니다. 열강의 각축장이 된 이 이 기회의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얻을 수 있을까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북한의 신인류(장마당 세대, 돈주)를 주목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스펀지에 잉크가 스미듯 북한에 자리잡고 있는 시장경제의 상황이 상당히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4부_의료(Healthcare)에서는 유전자 혁명으로 인한 산업사회의 재편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질병 중의 하나인 치매에 대한 각국의 대응책을 소개하며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소개하더라도 구체적인 통계 수치와 전문가의 의견, 세계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이해가 잘 됩니다. 그리고 내용 자체가 -특히 인구 부분에서- 충격적인 내용도 종종 있어서 더욱 집중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현재의 출산율 1.19명이 유지될 경우 대한민국은 2500년 혹은 2750년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국내 연구소(삼성경제연구소, 국회입법조사처)의 예측은 충격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인구 문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사라지는 구조(65쪽)라는 지적과 아울러 독일의 성공적인 청년 세대에의 투자는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입니다. 12년 공교육과 대학 4년을 보내고서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청년 세대, 취업을 하더라도 1/3은 비정규직인 세대, 신규 실업자의 70%가 20대 후반이라는 뼈아픈 현실은 우리의 미래가 그만큼 어둡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꺼리는 사회 세태에서 미래의 희망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세대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특히 기성세대의 희생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보다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성장률과 고용률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뱀의 입(Jaws of the Snake)'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용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시기. 결국 기술의 발전이 고용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소비자 자신이 지불하는 운동화 가격 속에 한 사람이 노동이 들어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뉴발란스'의 실험, 제3세계로 이전했던 공장들이 다시금 본국으로 돌아오는 미국 사회, 코닥이 망했어도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로체스터 등의 사례를 보면서 인류의 진화는 결국 공존의 틀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습니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잇는 장치이며, 나와 타인이 하나의 공동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증명하는 시스템(151쪽)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의 6시간 노동과 구글의 4일 근무(40시간 노동) 등의 실험은 일자리의 나눔과 여가의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자구책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스웨덴의 실험은 예산 문제로 2년간의 실험에만 그쳤다고 하지만 바로 이런 시도야말로 공존의 묘리를 일깨우는 대책입니다. 우리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 고용률을 늘리기위한 사회전체의 논의구조 정립 등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훈춘,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북한 역시 라선의 개방에 적극적인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여전히 동북아의 주변국으로만 머물면서 우물 안 개구리의 형상을 할 것인지 유라시아 발전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것인지가 기회의 삼각지대에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통일이(물론 통일의 순간은 매우 급작스럽긴 했지만...) 단계를 밟아가며 양국의 교류협력을 증진시켰듯이 기회의 삼각지대를 통한 남북의 경제 교류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양 국간의 상호이해와 신뢰가 더해진다면 남북 통일의 길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나 인간 역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기회가 삼각지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어쩌면 유전자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게놈 연구를 통해 자신의 병을 예견하고 천재유전자를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진보된 과학이 풍성한 열매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분명 인간생활에 이로움을 줄 수 있지만 이런 신기술은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낼 것이며 인류 멸망의 단초를 제공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유전자 기술이 과학만의 영역에 국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의 전영역에서 이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유전자 기술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유전자 기술이 가져오는 미래에 대한 책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입니다. 가까이 나치즘의 출발도 우월한 유전자 찾기 혹은 계승이 아니었나요? 또다시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갈 여지가 충분한 유전자 기술에 대한 사회의, 전지구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닫혀 있던 시야가 열리는 느낌도 받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당혹스러운 사실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내용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나 그 해결방안은 두루무실하거나 추상적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인구, 경제, 북한 등의 문제에 어찌 명확한 해법이 있겠습니까? 다만 사회적 중지를 모으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책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그 심층적 원인과 상황의 실태를 제시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넌지시 제시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 인류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이 물밀듯이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밑에 흐르는 근본원리와 이치를 파악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무생각없이 자본과 기술의 거대한 해일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다 낙오될 것만 같은 요즘입니다. 오리무중의 사회... 그 속에서 자신의 지식과 시야를 한 단계 넓히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명견만리'는 정말 소중한 책이 될 것입니다. 천천히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읽어야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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