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드 리뷰 2023 -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
모종린.김보민.박예솔 지음 / 포틀랜드스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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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일하게 됐다! 뭐부터 알아야 할까?”

속도와 집세와 교통 체증…야심차게 서울에 온지 17년, 나는 나가떨어졌다. 서울살이의 피로감은 지역에서 살아보는 여행으로 풀었다. 어느 날은 춘천에서 먹게 된 감자빵이 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춘천에 이주해 온 청년들의 아이디어란다. 충격적이었다. ‘나는 살던 곳이 지루하고 답답해 서울에 왔는데 누군가는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한다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로컬병‘에 걸린 게.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한다면,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겨버린 것이다. 또, 서울이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획일화되지 않은 행복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서울 살면서도 종종 시골에서 왔냐는 얘기를 들었던 나에게는 로컬만이 미래였다.

그렇게 로컬병에 걸리니 곧바로 알고리즘이 나에게 ‘시골 살아보기’,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재생’ ‘로컬 브랜딩’ 등 관련 콘텐츠를 마구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로컬에서 로컬 브랜딩 일을 하는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 문제는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처음엔 단순히 도시와 시골을 구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강남’도, ‘연남동’도 로컬이란다. 그리고 미국도 ‘로컬’이란다. 지리적이나 행정구역으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로컬 크리에이터’의 로컬이란, 골목 상권 등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으로서 지역이나 지방이 아닌 문화적으로 재해석된 의미를 담고 있다.

월급 반납해야 할 뻔했다. 평소 ‘로컬 브랜드’를 향유하고 있어서 안다고 착각했나 보다. 이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다시 겸손한 로린이(로컬 어린이, 로컬 초년생)로 돌아가기로 한다. 로컬 큐레이션 매거진 비로컬 김주혁 님은 “로컬이 태동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명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만나게 된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에서 짧지만 가장 종합적인 정의를 내렸다.

모종린 교수님에 의하면 로컬의 본질은 복제불가능한 콘텐츠 보유 여부라고. 즉 “동네, 도시, 지역에서 독립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생활권“이라고 한다. 조금 더 명징해진 기분이다! 자 이제 로컬 브랜딩을 홍보하는 사람으로서 어디 가서 얼굴 붉히지 않게 됐다.

로컬의 정의가 뭔지 알았으니 이제 케이스스터디를 할 차례다. 이 책은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발전할 잠재력이 가장 큰 전국 13곳의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를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연남동, 서대문구 연희동을 비롯해 부산 영도구 봉래동, 광주 남구 양림동, 충남 홍성군 홍동면 등이다. 군산의 로컬 생태계를 관찰하고, 실험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외부에 알리는 일을 해야 하는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맥락에 맞춰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책에서는 골목길의 개성 있는 로컬 브랜드들이 형성하는 ’상권‘과 이를 지탱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해당 동네가 어떻게 변화를 겪었는지의 히스토리, 민간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과 정책 역할을 통해 설명한다.

스터디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빠르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해당 동네의 맥락에 맞게 도입해 보기 위해서다.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사업지인 ‘군산’에서 로컬 브랜딩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군산의 히스토리만 더 알아내면 되겠다!

거시적인 시야를 제공하지만, 지역 내에서 사업을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여도 지역 자원과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인 사업을 이뤄내는 만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어떻게 기관과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 파트에서는 2023년 주목해야 할 100개의 로컬브랜드도 톺아보고 있다.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브랜드를 팔로우하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은 포틀랜드스쿨과 네이버가 공동 발행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브런치에서도 잘 알려진 모종린 교수님의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지역에 관한 복잡하고 오래된 역사가 쉽게 읽히는데, 행간에서 연구진들의 피땀눈물을 슬쩍 본 것도 같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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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창작자로서 웹툰이라는 바다에 어디서부터 발을 들일지 막막했는데, 빠르게 지도를 그릴 수 있어 큰 수확이었습니다. 작품 분석 스터디뿐 아니라 창작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훑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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