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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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을 두고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이 논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분노했던 이들은 주로 취업에 힘쓰던 20대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우연히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운 좋게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정규직보다 낮은 경쟁률로 입사해 놓고 단지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덕에 혜택을 보았다는 것이 그들이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유였다. 이 책은 이처럼 대한민국 20대 청년들이 이토록 취업 문제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대한민국 20대의 심리를 들여다봄으로써 풀어낸다.


이 책은 저자가 2012년에 저술한 박사학위 논문 <불안의 시대, 자기계발 하는 20대 대학생들의 생존전략>을 대중 교양서로 풀어 쓴 것이다. 저자는 2008년경 대학 강사로서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전환 문제에 관해 토론할 때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과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껴 분석을 시작했다고 한다. 심각한 취업난 사회에서 왜 청년들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공감하지 않는가.


저자는 대한민국 20대들에게 자기계발서적 사고방식이 내장되어 있다고 보았다. 1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는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펼치는 주장은 대체로 힘들어도 노력하다 보면 이겨낼 수 있다이다. 즉 성패 여부는 오롯이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자기계발서는 환경 탓하지 말고 노력해라!’, ‘너 말고 다른 사람도 다 힘들다.’ 같은 메시지를 독자에게 주입해서 그들이 환경에 순응하고 자기계발에 매진하도록 만든다. 여기서 자기계발이란 외국어 공부,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인턴, 봉사활동과 같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취업 활동과 무관한, 외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부류의 활동은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한 취미생활로 여겨진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은 모두 취업을 위해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시장은 좀처럼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취업은 결국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금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 불리면서도 취직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들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자기계발의 이유를 찾기 위해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는 저들보다는 낫다며 위안을 찾는다. 자기계발의 논리로 무장한 이들은 타인을 평가할 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자기계발서를 읽어오면서 자신의 고통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마당에 남의 고통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노력이 강조되고 개인의 책임이 중요시될수록 20대들은 점차 공감 능력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정규직 전환 요구 같은 호소를 이들은 그저 징징’, ‘날로 먹으려는 짓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이 나온 지 8년이 넘은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나. 안타깝게도 서두에 언급했던 인국공 사태의 사례를 보면 20대 청년들이 여전히 괴로워하며, 각자도생을 부르짖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기계발에 매몰된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저자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를 순식간에 바꾸기는 힘들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스펙 쌓기를 멈추면 순식간에 도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기보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한다면 더 올바른 문제를 제기하게 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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