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없다!

 

길을 걷다보면 흘러나오는 유행가에도, 오늘 막 개봉한 영화들에도, 서점에 꽂혀있는 무수한 책들에도.. 우리 곁엔 언제나 '사랑'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 사랑들에 가슴이 떨려보기도 하고 마음이 아려보기도 하면서, 한번쯤은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묻는다. ‘사랑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행복할까?'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와의 유대감으로 처음 접하게 된 사랑은 사춘기 시절을 지나며 이성의 성적 매력을 통한 사랑으로 변해간다. 파트너를 구하고, 사랑에 빠지며 구애를 하고, 질투를 하고 번뇌를 하며 결혼에 이르고 때론 외도를 하는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사랑을 믿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를 초지일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끊임없이 물어온다. 네가 하는 사랑이 정말 존재하는 것이냐고. 나는 자신있게 대답하고 싶다. 길거리에도, 영화 속에도, 책 속에도, 그 누구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은 있다.’

책은 여러 가지 이론을 내세우며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조리 있게’ 비판한다. 어떤 사랑은 그저 호르몬 효과일 뿐이고, 또 어떤 사랑은 성욕, 또 어떤 사랑은 사랑이라 착각하는 마음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라고.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우리가 행하는 사랑에 관한 행동 -이를테면 불 속에서 마지막으로 걸었던 전화에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는 행동이나, 자신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살기위해 희생하는 행동 등- 은 단지 호르몬효과나 상대에게 잘 보여 점수를 따기 위한 행동으로 유추하기 힘들다. 사랑이란 감정에 있어서 호르몬이나 성욕 등이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의 존재를 확신하는 나로서는, 역사 속의 사실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은 재미있으나 모두 다 수긍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책의 내용처럼 사랑의 유효기간이 18개월에서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을 수용한다해도, 그 후의 사랑과 정(情)의 관계를 다른 파트처럼 이론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쉽다. -사실 그 것이 가능하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책은 “사랑을 믿는다는 것은 UFO의 존재를 믿는 것과 같다” 며 초지일관 사랑은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UFO가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UFO의 존재를 믿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이 있다고 외치는 것을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말할 수 없다.

 

“ 우리 대부분은 사랑이 존재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긴 말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다. 모두가 그냥 가슴속에 사랑을 느낀다. 모두가 사랑의 전도사요 증인이다. 지구상 어딜 가든 사랑은 느껴지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외딴 시골마을에서도 모두들 사랑을 노래한다.

그럴까? 과연 사랑이 존재할까? …… 특정 식재료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듯 사랑이 없다고 당장 죽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 수많은 민족들에게 있어 사랑이 감정과 사고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한 경향의 발단은 무엇이었을까?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우리 머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그러한 믿음이야말로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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