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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책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했고,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을 보면 왜 굳이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내가 차가운 남자, 소위 '나쁜 남자' 스타일의 사람을 2년동안 짝사랑해서일까? 이 책을 살 당시에는 나에게 몇 천원이 소중할 때였는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체험판을 읽고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E-book도 고민고민하다 결국 결제 사이트에서 5000원 할인까지 받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굳이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내가 읽고싶어서 내 돈 주고 구매한 새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책, 선물용 책은 사 본 적이 있고 참고서도 당연히 사 봤으니 말이다. 내가 구매한 책은 정말 느낌부터가 남달랐다. 여성스럽지 않은 털털함을 소유한 나인데, 이 책은 책에 접힌 자국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책갈피도 사용해가며 읽었다.
오베. 너무도 귀엽고 매력있는 남자였다.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지만 마음씨는 누구보다도 따뜻하며 오로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파이다. 아내의 흔적은 고스란히 간직해두고자 아내가 사용했던 주방에 먼지가 뽀얗게 앉도록 내버려두는 오베. 한 여자를 바라보는 것 만큼이나 파란 사브만은 꼭 고수해야 하는 오베는 항상 새로운 걸로 바꾸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누구에게 호소할 생각조차 않는 덤덤한 남자. 어쩌면 그것은 오베 자신에게 떳떳하다면 변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 오베가 톰이 훔친 시계, 아버지가 주신 가장 소중한 물건을 되찾기 위해 거칠게 톰에게 다가가서 소리치고 빼앗은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통쾌했던 순간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계기를 주었다. 첫째는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읽어야겠다, 둘째는 책은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읽은 책의 느낌을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기록해보자! 글쓰는 것도,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는 것도 잘 하지 못하는 나지만 뭐 그게 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