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 -최갑수-
 
아침이 오는게 괴롭고, 일요일 밤 개콘은 울면서 시청한다는 꿈에서도 쫓기는 직장인 2년차.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라는 제목만 보고, ‘맞아! 나를 위해 살아야지! 그게 맞는거지!’라고 중얼거리며 장바구니에 책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
 

각종매체에서 여행전문기자로 일하며,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최갑수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건 그때부터였다.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보고 라오스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이 길 끝에 네가 서있다면 좋을텐데>를 보고 숨겨진 보석과 같은 골목여행을 하게 되었다는것을 보면,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신간 <당신에게, 여행>은 저자가 마음에 담은 우리나라 99곳에 대한 트래블 에세이.
언제나 그랬듯 최갑수임에 망설임없이 선택했지만, 제목 또한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조금있으면 다가오는 여름휴가지에 대한 고민었는데,
첫장을 넘겨 목차를 보는순간 도대체 어디를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로 옮겨 간다 ­ 강릉 보헤미안', ‘다친 마음을 위로하는 따스한 노을 ­ 태안 꽃지해변',

 ‘세상사가 이처럼 단순했으면 ­ 양양 하조대와 남애항',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 양평 구둔역'......목차를 보면 알수 있듯이 작가는 한곳에 머물러서 그곳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 곳곳의 여행지를 저자만의 특유의 빈티지 감성으로 소개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여행을 다녀온 후 누군가에게 그곳을 말해준다면 완전한 긍정의 '좋다', '별로, 그닥' 등의 모호함, '다시는 안가'라는 절대부정적 단어 등 내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나주 영상강은 '홍어처럼 곰삭은 풍경', 정선 새비재는 '추억이란 어쩌면 간이역 같은 것'등의 표현은 나를 그곳으로 이끌려 가게 하는 알수 없는 힘이 있는것 같다.

결국 포스트잇을 집어 들어 나도 가고싶은 희망여행지에 하나 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휴가철, 엄청나게 불어난 비행기 티켓가격을 보고 좌절한건 어느새 잊은채 말이다.

 

내가 최갑수 작가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음을 울리는 글귀와 어우러지는 사진이 아닌가 싶다.

간결하고 서정적인 글처럼 뭔가 가슴한구석이 아련해 지는 여행지 사진은 한때 자주들고 다니다 어느새 장롱속에 다시 넣어버린 필름 카메라를 다시금 들게 해준다.

그리고 혹시, 그곳에 가면 책속의 사진처럼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살짝 가져본다.

혹시 디지털 카메라 보다는 필름카메라를,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이곳저곳보다는 한곳에 천천히 머무르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당신에게, 여행>책을 만났을때 나와 같은 감정이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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