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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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죽음

현대 단편소설의 선구자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과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 작가님의 ‘관리의 죽음’ 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너무 궁금했다.

아끼고 아끼다 책이 온 지 2주가 지난 오늘 여유로운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완벽하다.
왜 우리가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지 한 번 더 깨닫는 순간이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이다.
(우유빛깔 고정순 작가님^^)
그림이 문장의 강렬함을 더해준다.
그리고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마치 주인공이 진짜 그렇게 살았을 것만 같다.

📘내 안의 불안에게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르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는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설에서는 이 ‘그런데 갑자기’와 자주 마주치게 마련인데, 작가들이 그런는 것도 당연하다. 인생이란 그처럼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에취!

보시다시피 재채기를 한 것이다.

재채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기친 건 아닐까?
‘우리 부서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곤란하게 됐군, 사과를 해야지.’
.
.
.
체르뱌코프는 사과를 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안이 심해질수록 병적인 집착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
.
.
죽었다.

✨️흑백의 선으로 체르뱌코프가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엎드려 있는 장면은 참 불안한 내안의 나를 보는 듯 했다. 연필인지 펜인지 모를 흑이 표현하는 선들은 예술작품으로 쏙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불안에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집 안 사정이 힘들어서 할 수 없었다.
23살의 나는 학습지 관리 교사로 취직을 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것을 좋아했던 나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진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 때 일이 재미있으면서도 내가 느낀 불안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래에대한 불안,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 그냥 모든 것이 불안했다. 그중에서도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이 많이 힘들었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오지랖이 넓은 나에게 돌아오는건 깊은 상처와 불신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체르뱌코프 주인공처럼 “내 마음은 그게 아니야. 내 마음을 좀 알아줘.” 라고 외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할수록 나는 더욱더 그런 사람이 되었고,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직은 어렸던 20대, 불안이 체르뱌코프처럼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면서 나를 무지하게도 괴롭혔다. 행복한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시간은 아직은 검은 상자로 쌓여있었다. 이제 더이상 그렇지 않다. ‘관리의 죽음’을 읽으며 힘들었던 나의 20대에게 위로를 건넨다. 20대의 나의 불안은 나를 성장시켰다. 타인과는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내가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타인의 이야기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보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진심으로 한다.

관리의 죽음을 읽고 힘들게 했던 내 불안들을 들여다
보고 나를 용서하고 위로했다.
여러분도 내 불안들이 안녕한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관리의 죽음은 감히 소개가 불가능한 책이다.
꼭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넘겨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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