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3
피에르 드리외라로셸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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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은 드리외와 리고를 섞어서 빚은 인물이다.

알랭의 회의와 방황. 자살만이 남자다운 행동의 정점이라는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까지.

정치와 문학을 등지고 고대 종교, 특히 인도철학과 불교에 빠진 뒤부르 또한 그의 내면세계다.

 

정신과 이성을 앞세우는 태도를 전쟁을 통해 이미 유효성이 끝난 계봉주의의 잔재라고 비웃으며

육체, 직관, 감성의 정직성과 초월적 신화에 경도된 드리외는 육체, 특히 남성적 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고, 그것은 평생 자신의 성적 능력을 비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부유한 여성의 후원이 절실했던 가난한 무명 예술가들 사이에서 번듯한 외모와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댄디즘이 퍼진 것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이면이었다.

 

일차대전 직전의 시절이 소위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절인 데 반해 전후 정치 혼란과 경제공황을 겪던 1920년대를 '미친 시대'라고 부른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광기에 휩싸인 시절을 견뎌야 했던 세대를 그린 소설이다. 예전의 식민지 전쟁과 달리 가장 앞선 문명인임을 자부했던 유럽인끼리 저지른 가장 야만적 전쟁을 치른 세대는 이전까지 그들의 문명을 지캥했던 모든 가치와 규범을 회의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데에 광기가 더해지면 파시즘이 된다.

 

도깨비불은 1920년대 파리의 젊은이를 그린 벽화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도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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