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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로드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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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의서가] [#리암_베스트] [#장르소설]
3160. 루 버니 『노벰버 로드』 : 네버모어 🏆[10/10]

마피아 카를로스 마르첼로 패밀리의 주축인 프랭크 기드리는 적어도 뉴올리언스에서만큼은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중년의 남자다.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을 가로지르는 차량 보조석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가 앉아있다. 기드리는 매일 밤 원하는 여자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1963년 11월 22일의 상쾌한 아침을 맞은 기드리는 언론가를 장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미국을 넘어 세계를 흔든 대통령 암살 사건은 마치 허술한 각본 속에 놀아나듯 바로 범인이 체포되고 곳곳에서 암살 증거물들이 쏟아진다. 기드리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최근 자신의 종적을 돌이키며 존 F. 케네디 암살의 무대로 발걸음을 향한다. 얼마 전 맡은 작은 일 하나가 대통령 암살 사건의 일부임을 알게 된 기드리는 자신이 제거 대상자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서둘러 뉴올리언스를 떠나지만, 마르첼로 패밀리의 암살자 바로네는 기드리가 향하는 곳을 정확히 예측하며 간격을 좁혀온다.

사진작가의 꿈을 뒤로하고 둘리의 아내로 두 딸의 엄마로 살아가는 샬럿의 삶은 무료하다. 오클라호마 변두리의 삶은 그녀의 꿈을 앗아간 대신 반복된 일상과 주 몇 십 시간의 노동, 그리고 무능력한 알코올 중독자 둘리와의 삶을 선사했다. 오클라호마의 풍경은 샬롯의 삶 이상으로 무료하다. 샬럿은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두 딸의 삶은 오클라호마 풍경을 닮지 않기 바랐다. 남편 둘리가 어김없이 술을 마시러 나간 사이 샬럿은 어린 두 딸과 간질 증상이 있는 개를 데리고 집을 떠난다. 수중에 있는 몇 백 달러와 낡은 차 한 대가 그녀의 전부였지만 오래전 연락이 끊긴 이모를 찾아 희망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발걸음엔 두려움보다 설렘이 크게 자리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중 차량에 문제가 생기며 샬럿은 새로운 삶을 앞에 두고 좌절하기에 이른다.

같은 시간 도로변 낡은 모텔에서 반파된 차량 앞에 울상 지은 샬럿을 만난 기드리는 암살자 바로네의 추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묘책을 떠올리며 샬럿 일행과 동행을 결정한다. 서로 다른 이유와,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기드리와 샬럿은 로스앤젤레스라는 같은 미래를 꿈꾸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존 F. 케네디의 암살 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1963년 11월의 마지막 일주일을 기록한 루 버니의 『노벰버 로드』는 과거로부터 탈출에서 만난 그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

대비는 언제나 더 큰 효과를 불러온다. 세계적인 암살 사건의 중심에서 도망친 중년 남성과 알코올 중독자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여성의 미묘한 사랑은 암살자 바로네의 추격이라는 서스펜스 위에서 절묘하게 조화된다. 긴장과 낭만의 반복이 만들어낸 중년 남성의 성장은 평생 호의라고는 베풀어보지 않은 그의 희생으로 막을 내린다.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사라진 자리엔 오직 진실만이 남는다.

세계적인 뉴트로 열풍은 문학계에도 단단히 침투했다. 『노벰버 로드』의 시대인 1960년대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기 이전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루 버니가 불러일으킨 노스탤지어는 단순히 시대 배경에서 멈추지 않고 섬세한 인물 묘사를 통해 한층 빛을 발한다. 또한 단순히 범죄물에서 느껴지는 긴박감과는 차원이 다른 서스펜스에서 코엔 형제의 명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비슷한 종류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단지 빠른 템포가 주는 영역을 벗어나 속도를 늦추고 폭력을 가외 배치함으로 오히려 더 큰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루 버니는 서스펜스를 위한 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완벽한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범죄 소설로 시작된 루 버니의 『노벰버 로드』는 암살자와 도망자의 추격에서 기드리와 샬럿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로 변모한다. 소설에 거대한 변곡점을 둔 것인데, 작가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도전이었을 수 있고 독자에겐 신의 한 수가 된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서스펜스 위에 올린 사랑과 성장은 서사의 변곡점을 통해 장르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소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단번에 뒤집음으로써 루 버니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전작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주요 범죄문학상을 휩쓴 『노벰버 로드』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소문난 잔칫집이다. 이제 숟가락을 손에 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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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호 세대 인문 잡지 한편 1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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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현상과 흐름이 담겨 있고, 재미와 유익 모두 잡았다. 이런건 정기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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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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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저자 서한영교는 카프카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놓인얼어붙은 호수 깨부수기 위해서 카프카가 선택한 것은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같은 권의 책으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기듯 우리를 깨닫게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책이 아니라우리를 고통스럽게하는 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애인과 함께얼어붙은 호수 깨부술 있는 도끼 같은 책을 쓰고 싶다. - 카프카를 인용한 문단은 기어코 시인 서한영교의 품에서 『두 번째 페미니스트』가 세상으로 선보여야만 했던 지독한 이유라고 있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뉜 현실 속에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한마디, 고마운 도움의 손길마저 사실은 비장애인의 우월함과 장애인의 특수성이 동시에 담기고 있음을 저자 서한영교는 알고 있고, 또한 우리 역시 알고 있다. 시인이며 책의 저자인 서한영교는 그러한 현실을 마다않고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서남성 아내 되어간다.


눈이 멀어간다는 것은 어떠한 느낌일까. 과연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상황을 글로 풀어보자면, 한편으론 비장애인의 세상에서 장애인의 세상으로 진입하는 과정이고 때부터 눈이 보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것은 일종의 새로 태어남과도 동일시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애인을 돌봄으로써 때론 아내가 되어야 했고, 때론 엄마가 되어야 했던 서한영교에게 애인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과정들은 일종의 간접 출산과도 같다.


서한영교가 시인이기 때문일까, 또는 그러한 삶을 택했고 그러한 삶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의 문장은 계산되지 않고, 그의 문장은 생각하지 않으며, 그의 문장은 오롯이 그와 일상의 일부로서 표현된다. <애인은 시각장/애인이에요>편을 보면어머니, 제가 요즘 만나는 사람은 시각장애인이에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는 장애인이 되어가는 애인의 삶에 속하여, 비장애인이 만든 문명의 익숙함에서 낯섦으로 돌아서게 된다. 그들이 살아가야 세상엔 장애인을 위한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책이 대체 『두 번째 페미니스트』라는 제목으로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책을 완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을 반쯤 읽을 무렵,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저자가 책을 페미니스트로 표현한 이유를 마침내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아내를 돌봄으로, 아이를 돌봄으로, ‘생명의 질감 육체로 직접 느끼게 남성 아내였기에 책의 제목에 굳이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저자와 그녀는 자발적 협력을 통한 생활사의 분담을 통해 서로의 거릴 좁혀간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남성으로서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폭력을 온전히 겪을 없기 때문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라는 문장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누군가에게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번째 사람이 아니라, 곁에 위치한 번째 자리에서나도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다시 선언하며 책임을 다하려는 번째 사람으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번째 사람이 아니라, 곁에 위치한 번째 자리에서저도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합니다.”라고 응답할 있는 사람으로 있으려 한다. 번째 페미니스트로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가 읽은 『두 번째 페미니스트』는 결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남성 고발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책에는 실존이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저 현실적으로 그가 접했던 생활사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함으로써 『두 번째 페미니스트』에 인간의 본질을 써냈다. 살아나아가야 하는,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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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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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바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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